얼마 전 평소 알고 지내던 유명 포털사이트의 개발팀장과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의외였습니다. 이분이 스마트폰을 쓰지 않더군요. 회사에서 지급해준다는데도 일부러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저녁식사 도중 직속 상사인 회사의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전화해서 “예전에 받았던 e메일 자료를 전달해 달라”고 하는데도 “스마트폰이 없어 불가능합니다”라고 대답하더군요. 이분은 “업무에서 벗어난 시간까지 일이 파고들어오는 게 싫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이런 사람들의 생각을 대변해주기 위해 진행되는 듯한 연구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타자를 치는 대신 손으로 직접 ‘필기’를 해야 아이들의 학습 효율이 높아진다거나, 스마트폰과 인터넷 사용을 중단한 채 멀리 여행을 떠나면 기억력이 향상된다는 식이죠. 아닌 게 아니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최근 실험에서 생쥐가 새로운 길을 배운 뒤 휴식 시간을 가지면 쉼 없이 계속 새 길을 배운 생쥐보다 길을 잘 기억한다는 것도 밝혀냈습니다. 24시간, 365일 쏟아져 들어오는 e메일과 업무자료에 치이는 직장인들 덕분에 이런 얘기가 예전보다 더 화제가 되는 셈입니다.
이렇게 ‘스마트폰 스트레스’가 늘자 앞서 말한 개발팀장처럼 오히려 스마트폰 시대에 저항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예전에 디지털 제품이 급속도로 보급되자 MP3플레이어가 싫다며 레코드판(LP)을 듣고, 디지털카메라 대신 필름카메라만 고집하던 ‘아날로그 마니아’들의 모습과 비슷하죠.
스마트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가족과 보내는 시간, 머리를 식힐 여유를 포기하지 않도록 스마트폰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이런 방향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집에 들어가면 스마트폰이 내 위치를 파악해 식구들 이외의 전화나 e메일은 자동으로 차단해준다거나, 오후 7시가 넘으면 내게 문자메시지나 e메일을 보내는 상대방에게 “퇴근 이후에도 연락할 정도로 급한 일인가요?”라고 한 번 대신 물어봐주는 모습 말이죠.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