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각산(북한산) 둘레길이 열렸다. 내년에는 도봉산까지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가 개통된다는 소식도 있다. 그런가 하면 서울시 주변을 따라 한 바퀴 걷는 길을 만든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수년 전 제주 올레길을 시발로 전국에 둘레길이나 올레길이 대유행인 것. 심지어 조선시대 조상님들이 봇짐 메고 걸었던 옛길을 복원해 ‘걷는 길’로 만드는 지방도 있다. 또 4대강에도 강변을 따라 걷는 길과 자전거전용도로를 건설한다니, 4대강 개발에 대한 찬반을 떠나 마음만 먹으면 전국 어디에서나 유유히 걷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세상 이치란 것이 너무 빠르다 보니 ‘느림의 미학’이 다시 각광받는가 보다.
그렇다면 이처럼 트레킹을 나설 때 사람들은 어떤 신발을 선택할까. 신사화나 하이힐을 신겠다는 사람은 없다. 멋지긴 하지만 조금만 걸어도 발이 아프거나 불편하기 때문이다. 신사화나 하이힐은 따지고 보면 카펫 위나 잘 포장된 보도용이지 결코 험한 산길이나 울퉁불퉁한 흙길을 걷을 수 있게끔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런 길에는 등산화나 트레킹화가 제격이다. 그래야 편하고 오래 걷는다.
사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산행보다 더 험하고 긴 여정을 가야 하는 재테크에 있어서는 등산화나 트레킹화 같은 펀드나 금융상품을 골라야 실패하지 않는다. 단기에 화려한 수익률로 인기몰이한 상품은 마치 최신 패션감각을 자랑하는 신사화나 하이힐과 비슷하다. 멋있지만 오래갈 수 있는 동반자로는 불안하다. 상식이지만 당대의 ‘아이돌’처럼 명성을 떨쳤던 펀드나 금융상품은 언제나 유행이 지나면 고객들의 불만과 원성 속에 사라졌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