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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세이/김지석]약수터 있는 곳으로 이사간 까닭은

입력 | 2010-10-13 03:00:00


에너지 자급률 3%, 식량 자급률 30%. 이 두 가지 수치를 제시하면 모든 외국인이 깜짝 놀란다. “이렇게 불안정한 국가에서 사는 것이 불안하지 않으냐”고 묻는다.

솔직하게 말하면 불안하다. 우선 국제정세 변화로 에너지 수입이 줄어들어 원활한 에너지 공급이 어렵게 되면 엄청난 더위에 시달리거나 얼어죽을 수도 있다. 상수도나 하수도도 모두 전기를 이용해 공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물도 끊길 수 있어 더욱 불안하다. 그래서 이사할 집을 찾을 때 가까운 곳에 약수터가 있는 곳을 골랐다.

식량 문제는 어떤가? 과거에는 자연재해로 흉작이 들면 많은 사람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죽어 나갔다. 수십 년 전만 해도 가을에 수확한 곡식이 떨어져가는 봄이 되면 말 그대로 먹고살기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태풍 피해가 심할 때면 쌀값 인상이 큰 걱정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과거와는 달리 높아진 경제력을 이용해 새우는 필리핀, 쇠고기는 미국이나 호주, 밀가루는 호주나 러시아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온갖 먹을거리를 수입해 오고 식단의 주식인 쌀, 밀가루 수급이 나아지다 보니 식량에 대한 위기의식도 많이 낮아졌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런 식량, 에너지 문제는 조금씩 악화되고 있다. ‘사람은 밥만 먹고 사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는데 철학적인 의미를 떠나 실제로 사람은 밥만 먹으면 영양 불균형으로 큰 병에 걸리고 만다. 사람은 밥만 먹는 것이 아니라 신선한 채소도 먹고 간혹 고기나 생선도 먹어야 한다. 그러나 이상기후, 경작지 감소 등으로 채소 값이 폭등하고 있어 서구식 식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강한 식단인 김치와 밥 위주의 식단을 유지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싼 중국산 식재료라는 말도 무색해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는 있지만 가격이 점점 비싸지고 있다.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이 영국 해로를 봉쇄하면서 해외로부터 물자 조달이 어려워지자 영국왕실 소유 정원과 공원 등을 갈아엎어 밭으로 만들어 채소 등 작물을 심어 식량을 조달했다. 빅토리가든 즉 승리의 정원이라고 불렸던 이 제도는 초기에 반발도 있었지만 식량문제 해소에 큰 효과가 있었다.

점점 더 심해지는 이상기후와 줄어드는 농지로 건강식단의 필수요소인 채소 공급이 부족해지고 가격이 급등하는 요즘, 건강한 식단을 지켜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월급이 매년 꾸준히 인상돼도 기후변화와 환경파괴로 건강한 식단에 필요한 신선식품의 가격이 급등하면 우리의 삶은 별반 나아지지 않는다.

김지석 주한 영국대사관 선임기후변화담당관



▲동영상=울릉도 약수 마시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