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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김정은 환영하고 류샤오보는 탄압하는 중국

입력 | 2010-10-13 03:00:00


중국이 자국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를 감옥에 가둬 놓고 세계가 조롱하는 북한의 3대 세습은 기다렸다는 듯 축하하기에 바쁘다. 최근 중국의 행태는 이 나라가 인권과 민주화, 언론 자유, 사법권 독립 같은 문명세계의 가치들을 받아들일 수준에 이르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새삼 깨우쳐 준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그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포함한 북한 새 지도부를 중국으로 초청했다. 김일성에서 김정일을 거쳐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의 3대 세습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겠다는 뜻이다. 북한 정권은 대대로 외부세계와 대결 외교를 벌여 고립과 극심한 경제난을 자초했다. 중국이 북한의 권력 세습을 지지하면 북한 주민의 고통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북한에서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김정은 우상화가 시작됐다. 김정은이 세 살 때 어려운 한시를 받아쓴 천재이며, 미생물 비료를 쓰게 해 벼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렸다는 거짓말을 주민들에게 주입시키고 있다. 21세기 대명천지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같은 민족임이 부끄러울 정도다. 북한 주민은 “김정은이 다녀가면 식량난이 저절로 풀릴 것”이라고 비웃는다고 한다.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은 최근 일본 TV아사히와의 회견에서 “개인적으로 3대 세습에 반대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 홍콩 마카오에 거주하며 세계 정세에 대한 객관적 시각을 갖게 된 덕분에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중국 지도자들은 북한이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3대 세습을 두둔하고 있다.

노벨 평화상에 대한 비이성적인 반발도 중국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 중국은 그제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에게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의 축하 메시지를 전달하려던 EU 외교관들의 발길을 막았다. 류샤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 발표 이틀 뒤인 10일 남편을 교도소로 찾아가 1시간가량 만났지만 이후 가택에 연금됐다.

중국은 류샤오보의 노벨 평화상 수상 소식 보도를 통제하면서 인터넷 검색 사이트도 차단하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는 서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느 나라에서나 언론 자유는 필수”라고 언급했지만 언론 자유를 말하려면 13억 국민에게 류샤오보의 노벨 평화상 수상 소식부터 제대로 알려야 한다. 중국이 21세기의 열린 시각으로 북한과 노벨 평화상을 바라볼 것을 다시 한 번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