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가 홈에 들어오는 상대 선수를 블로킹으로 저지하는 장면.
사실 두산-롯데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과 두산-삼성의 플레이오프 4차전까지 9경기를 보고 있노라면 이런 말이 나올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매 경기 양 팀이 가진 전력을 모두 쏟아 붓는 '혈전'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두산-삼성의 플레이오프 4경기 모두 1점 차로 승부가 나면서 관전하는 팬들의 피까지 말리고 있는 상황.
주전 선수 전원이 총출동하다시피하는 이번 포스트 시즌 대전. 이 중에서도 '지옥의 고통'을 맛보고 있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포수들이다.
포수는 야구에서 가장 힘든 포지션이다. 포수는 수비할 때 자기 팀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운동장을 바라보고 있어야 하고, 한 경기를 치르는 동안 10㎏에 가까운 보호 장비를 갖춘 채 200회 이상을 앉았다 일어섰다 해야 한다.
또 투수가 던지는 공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서 리드하는 것은 물론 주자가 있으면 견제도 해야 하고, 파울 타구도 잡아야 하는 등 할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포수를 팀의 '안방마님'으로 부른다.
파울플라이를 잡아내고 있는 두산 포수 양의지.
야구팀은 원래 투수와 타자로 나눠지기 때문에 타자 중 포수 포지션에서만 이렇게 많은 사망자가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1982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팀의 주전 포수였던 심재원. 그는 1991년 LG에서 선수 생활을 마쳤는데, 이후 4년 뒤 폐암으로 별세했다.
또한 1983년 삼미부터 1987년 청보까지 5년 동안 포수로 활약했던 김진우는 2008년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MBC와 롯데에서 포수로 활약한 김용운도 2006년 유명을 달리했다.
이렇게 힘든 자리이다 보니 두산의 주전 포수인 양의지는 23세의 팔팔한 청춘이지만 "허리, 무릎 등 안 아픈 곳이 없다. 삭신이 쑤신다는 말이 실감난다"고 고통을 호소한다.
올해 주전 포수로 발돋움한 양의지는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연장까지 11회 동안 마스크를 쓰며 분투한 탓인지, 4차전에서는 어이없는 실책을 하기도 했다.
정신적 스트레스에 육체적 고통까지 감내해야 하는 야구의 포수들. 팬들은 팀의 에이스 투수와 거포에 환호하지만, 감독은 포수를 가장 아끼는 이유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동영상=2010 플레이오프 치어리더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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