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 옥수수, 대두 등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연초부터 오르기 시작한 국제 곡물가격은 10월 들어 옥수수와 대두의 선물가격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8년과 같은 애그플레이션(Agflation·곡물가격 상승으로 일반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 가능성도 제기되는 가운데 이 같은 흐름이 국내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이상기온-투기자금 몰려 상승 부채질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에 따르면 8일 밀, 옥수수, 대두의 선물가격은 각각 t당 264달러, 208달러, 41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밀은 35.4%, 옥수수는 41.5%, 대두는 10.3% 상승한 것이다. 밀은 7월부터 지속되던 급등세가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옥수수와 대두는 최근 들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 육류-식용유 등 가격 상승 우려
이는 밀, 옥수수, 대두 등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물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국내 재고 물량이 있어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국제 곡물가격이 통상 3∼6개월의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내년 초에는 본격적인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석호 박사는 “곡물가격이 오르면 우선 육류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며 “식용유 등 관련 제품도 가격 상승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부증권 역시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글로벌 유동성 증가와 투기적 거래의 영향으로 곡물가격의 불안정한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며 “애그플레이션의 우려는 없겠지만 이 같은 흐름은 국내 식음료 업종에 부담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육류가격이 오르는 것은 옥수수, 대두 등이 사료의 주재료이기 때문. 통상 배합사료는 옥수수 70%, 콩 20%, 기타 10%의 비율로 제조되기 때문에 옥수수 가격 상승의 직격탄을 맞는다. 이에 대해 한우협회 관계자는 “사료비가 생산비의 60%가량을 차지하기 때문에 사료가격 상승은 농가에 부담이 된다”며 “곡물가격 상승이 극에 달했던 2008년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료 가격이 올랐다고 당장 소매가격은 오르지 않겠지만 농가 입장에서 소득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