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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으로 취업뚫기]웅진그룹 이유나-최윤성-고용석 씨

입력 | 2010-10-14 03:00:00

경험-기본기-기획력 살렸더니 ‘門’이 스르르…




인턴 과정을 거치면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 11일부터 정식 직원으로 발령받은 웅진그룹의 이유나, 최윤성, 고용석 씨(왼쪽부터). 사진 제공 웅진그룹

《올해 웅진그룹의 인턴십 프로그램은 7월부터 진행됐다. 101명 모집에 1만1667명이 지원했다. 경쟁률은 웅진그룹 사상 최대인 116 대 1. 이들 중 89명이 인턴 과정을 끝까지 마쳤고,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 24명(27%)은 정직원으로 전환됐다. 이들은 인턴 신분을 벗고 11일부터 신입사원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사무실에서 만난 고용석(24) 이유나(25·여) 최윤성 씨(25)는 인터뷰에서 어떤 말을 할지 미리 메모지에 적어 준비할 만큼 꼼꼼했다. 다른 사람이 인터뷰하는 내용을 간간이 받아 적기도 했다. ‘뭘 그렇게 적느냐’는 질문에 고 씨는 “좋은 말이어서 저도 그렇게 해보려고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른 사람의 장점을 흡수하려는 신입사원다운 모습이 인상 깊었다.》
○ 경험은 자신감 원천…‘관계’에도 최선

웅진홀딩스 지주부문 컨버전스정보통신(CIT)서비스사업본부에서 근무하는 고 씨는 대학 때 다양한 경험이 자신감의 바탕이 됐다. 산학협력 프로그램인 국토지리정보기술혁신사업단에서 연구보조원으로 일하기도 하고, 컨설팅회사 인턴, 야구장·학원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도 그에겐 자산이 됐다. 고 씨는 “이런 경험을 통해 많은 사람 앞에 나서야 하는 경우나 프레젠테이션 등에서도 떨지 않고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인하대에서 정보통신공학을 전공한 고 씨는 인턴 때 고객 정보 암호화 프로젝트를 맡았다. 고객 정보를 암호화하려면 시스템에 많은 부하가 걸리는데, 이를 시스템이 견딜 수 있는지 시험하는 ‘스트레스 테스트’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었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작업은 아니었지만 기존의 코드를 조합해서 의도했던 바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고 씨가 만든 프로그램은 지난달 실제 업무에 이용돼 현재 웅진그룹의 고객정보 암호화 시스템이 작동하는 데 일조했다. 회사에서 개발된 모든 프로그램에는 개발 시기와 개발자가 기록으로 남는데, 이 스트레스 테스트 프로그램은 고 씨의 직장생활 첫 작품이 됐다.

고 씨는 업무 시간 외에 진행되는 다양한 이벤트에도 참여했다. 인턴은 대상이 아닌 사내 동호회에도 참가했고, 영화이벤트나 선착순으로 마감되는 신광수 웅진홀딩스 대표이사의 사내 교육, 체육대회 등에도 꼬박꼬박 참석해 얼굴을 알리려고 노력했다. 고 씨는 “보통은 인턴이 일하는 부서의 직원 정도만 알고 마는 경우가 많은데, 다른 부서 선배들과도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로 여겼다”고 말했다.

○ 관심 분야 미리 정해 매진

단국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이 씨는 미리부터 자신의 전문 분야를 정해 기본기를 다졌다. 시각디자인은 포장, 광고디자인, 브랜딩 등 활용 범위가 다양하다. 이 때문에 이 씨는 대학 시절부터 포장패키지 디자인에 집중해 경력을 쌓아갔다.

공모전이나 학생자치전시에 작품을 제출해 관람객들과 다양한 방법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면서 능력을 키웠다. 서울시도시철도공사에서 인턴을 하며 홍보물 제작에도 참여하고, 사용자인터페이스(UI) 템플릿 디자인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경험을 쌓았다.

웅진식품 마케팅본부 디자인팀에서 인턴 생활을 시작하며 이 씨는 선배들이 자신의 디자인을 어떻게 생각할지, 비판을 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했다. 그러다 보니 창의적인 디자인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선배들은 ‘다듬는 것은 선배들이 할 테니 신선하고 과감한 시도를 하라’며 격려했다. 용기를 얻은 이 씨는 연잎을 아이콘화해서 재밌고 귀여운 스타일의 디자인을 제출했으며, 이 씨가 디자인한 라벨이 붙은 연잎차가 곧 시중에서 팔릴 예정이다.

이 씨는 “처음에는 지적을 많이 받았고, 선배들의 타박에 주눅이 들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한 작업이 어떤 의미인지 설명하려고 노력했다”며 “인턴은 평가받는 자리여서 실수에 연연하게 되는데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 업무를 완성도 있게 하려고 노력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줘라

인하대 경영학부를 졸업한 최 씨는 웅진코웨이 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에서 인턴 생활을 시작할 때 안타까운 모습을 보였다. 선배들은 최 씨를 회사에 적응도 못하고, 긴장만 하는 인턴 정도로 기억했다. 최 씨는 “처음에는 선배들한테 잘못 보이지는 않을까, 실수나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전전긍긍했고, 생각이 많아질수록 말수가 줄어들었다”며 “마음을 고쳐먹고 실수를 하더라도 열심히, 적극적으로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최 씨는 3, 4년 동안 신입 직원이 없었던 이 부서에서 분위기를 살리려 노력했고, 선배들과의 대화에도 많이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 장짜리 과제를 받으면 10장을 준비해 프레젠테이션을 했고, 선배들과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잘못된 점을 고쳐 나갔다.

언더싱크 정수기에 대한 카탈로그 기획안을 짤 때도 다양한 기능 중 짧지만 강한 포인트를 짚어내 담당 팀장으로부터 “기획안을 짤 때는 이런 양식으로 하면 좋겠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최 씨는 “짧은 인턴 기간이지만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려 노력하자 표정이 밝고 적극적이라고 선배들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 인사담당자가 말하는 인턴십 ▼

▽좋은 예=인턴도 직원이다.

기업은 사람이 모여서 일을 하는 조직이다. 그만큼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잘 어울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방학 기간의 단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인턴십이지만 짧은 시간 동안 팀원들과 좋은 팀워크를 보일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해당 팀의 ‘구애(입사 권유)’를 받게 될 것이다.

▽나쁜 예=기업 체험 프로그램

대부분의 기업 인턴십은 방학 기간에 이뤄지기 때문에 인턴십의 목적을 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규직원에게 주어지는 업무량이나 고난도 미션이 부여될 때 주저하거나, 반감을 갖기도 한다. 기업에서는 실제 현업에서 수행하고 있는 과제들을 통해 인턴들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지를 검증한다. 짧은 기간이지만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