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한국은행은 10월에도 정책금리를 인상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분기별 1%를 상회하는 실질 성장률, 3%대 중반에 달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2.25%에 불과한 명목 정책금리라는 균형이 맞지 않는 경제 변수 조합을 한 달 더 이어가게 됐다. 그런데 한 달만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10월에 정책금리를 올리지 못한 주된 이유는 환율을 둘러싼 각국의 경쟁 때문이다. 물론 한국은행 총재는 환율이 유일한 동결 결정 변수가 아니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원화 절상에 따른 국내 경기 둔화 우려가 중심인 만큼 글로벌 환율 경쟁이 완화되지 않는 한 정책금리 정상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번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정책금리 인상을 전망하는 이코노미스트들이 많았다. 현 정책금리가 너무 낮은 데다 9월 이후에도 물가상승률이 3%를 계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환율 방어에 열심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오히려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모두 일리 있는 얘기지만 환율을 둘러싼 불확실성 앞에서는 힘을 잃은 셈이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은행의 역할이 의심을 받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물가가 이미 올라버린 상황에서 정책금리 동결의 정당성을 설명하다 보니 물가 자체에 대한 한국은행의 막중한 책임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인식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