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스포츠맨인 김민준.
씨름 천하장사 출신의 인기 MC 강호동. 1990년 20세 때 민속씨름 천하장사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그는 연예계에 데뷔한 뒤 좀처럼 씨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그가 프로그램 촬영 차 방문한 해병대에서 장병들의 요청이 있자 부대 대표 씨름 선수들과 한판 경기를 한 적이 있다.
씨름 취재를 하면서 강호동의 선수 시절 경기 모습을 여러 차례 본 적이 있지만, 사실 20년 연하의 젊은 해병 전사들에게 강호동이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전문 선수 출신하고 아마추어 하고는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드라마 '친구'에서 준석 역으로 출연한 김민준.
톱 모델 출신의 배우 김민준(34).
드라마 '다모'를 비롯해 '아일랜드', '타짜', '친구', 영화 '사랑', '강력 3반' 등에 출연하며 액션 스타로서의 이미지를 굳힌 김민준.
알고 보니 그는 유도 3단의 유단자였다. 모델 출신의 그가 배우가 된 뒤 힘든 액션 장면을 무난히 해낸 데에도 다 이유가 있었다.
그는 '다모'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연기가 안 되면 체력이 좋아야 한다는 생각에 피로 회복제로 하루하루를 버텼다"며 "특히 유도와 씨름 선수로 활동했다는 소문에 기대감이 높아 매번 강인한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에 상처가 나도 웃으며 일어나야 했다"고 밝혔다.
방송이 나간 뒤 '김민준의 끔찍한 몸사랑'이라는 제목으로 연예 기사들이 떴지만, 유도로 단련된 그가 연기 장면 때문에 힘들었다고 하는 소리를 들었을 때 토크쇼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엄살을 부린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고향 부산에서 열린 프로야구 경기 때 시구를 한 김민준.
김민준은 유도 유단자라는 게 밝혀지기 전부터 만능 스포츠맨으로 통했다. 한 패션 관련 TV 채널에서 마련한 친환경 프로그램에 출연해 덴마크를 자전거로 여행하기도 했다.
자전거 마니아로도 알려진 그는 "다섯살 때 사촌 형이 물려준 자전거를 스스로 탔을 때부터 지금까지 자전거가 주는 순수한 힘과 매력에 빠져 있고, 오직 바퀴 두개로 달리는 순간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조금씩 잃어버린 자아를 회복하는 순간"이라고 했다.
김민준은 최근 뜻 깊은 일을 한 가지 맡았다. 지난달 4일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최민호 올림픽제패기념 2010추계 전국중·고 유도연맹전' 개회식에 참가해 '유도 홍보대사'로서의 일을 시작한 것.
김정행 대한유도회장(왼쪽)으로부터 유도 홍보대사 위촉패를 받은 김민준.
부산 출신인 김민준은 유도 선수 생활을 하기 위해 고교 진학 때에도 부산체고에서 테스트를 받았다.
그러나 당시 무릎을 다쳐 일반 고교로 진학했고 동아대 경기지도학과를 다니면서도 유도 수업을 받아 유단자로서 실력을 유지했다.
유도 선수로서 못 다한 꿈을 이루기 위해 유도 홍보대사로 나선 김민준.
다음에 출연할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강호동이 오랜만에 씨름 실력을 보여주었듯이 업어치기나 빗당겨치기, 밧다리후리기 등 유도의 화려한 기술을 구사하는 그의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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