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예고한 김재현, 재역전-쐐기 3타점 펄펄…‘떠날 남자’ 놀랄 파워
승부는 안갯속으로 빠질 듯 보였다. 자욱하게 내려앉기 시작한 그 안개를 한순간에 걷어낸 이는 1년 전 이맘때 은퇴를 예고한 SK ‘캡틴’ 김재현이었다.
SK가 15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김재현의 역전 결승타에 힘입어 삼성을 9-5로 꺾고 먼저 1승을 거뒀다. 지난해까지 열린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 팀(1982년 무승부 제외)은 26번 가운데 21번(승률 0.808)이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 ‘김광현 선발’은 실패했지만
SK 타선은 1회, 3회 한 점씩 얻어내며 김광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그러나 3회까지 8개의 삼진을 뽑아낸 김광현의 위력은 거기까지였다. 4회 첫 안타를 맞은 뒤 구위가 떨어졌고 2-0으로 앞선 5회 3실점으로 역전을 허용한 뒤 강판됐다.
○ ‘캡틴’ 김재현 3타점 맹활약
“언제 오나 했는데 이날이 왔네요.”
보기 드문 ‘예고 은퇴’의 주인공 김재현은 마지막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편안해 보였다. 예전에는 두세 시간밖에 못 잤는데 전날 8시간을 푹 잤다고 했다. “마지막 경기이니 힘들어도 즐기고 싶다”고 말했지만 말 속에는 비장함이 녹아 있었다.
인천=이승건 기자 why@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 양팀 감독의 말
▽SK 김성근 감독=실전감각이 떨어지지 않았을까 걱정했지만 1회부터 경기가 잘 풀렸다. 1회 무사 1루에서 박재상이 번트를 안 대고 강공한 것, 6회 정근우가 안타 후 도루를 한 게 활기를 불어넣었다. 언제부터 전력을 다할지 고민하다 삼성이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까지 치르는 것을 보고 1차전부터 올인하려고 김광현을 투입했고 이것이 맞아떨어졌다. 2차전 선발로 카도쿠라가 아닌 이승호를 낸 건 왼손 투수들을 시험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