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국 개발 한국 역할에 기대”
힐턴 앤서니 데니스 주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는 “G20 서울 정상회의는 선진국뿐만 아니라 저소득 국가의 입장도 반영하는 토론의 장이 돼야 한다”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경험을 공유한 의장국인 한국의 역할이 크다”고 강조했다. 원대연 기자yeon72@donga.com
힐턴 앤서니 데니스 주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는 15일 G20이 선진 7개국(G7)이나 G8보다 신뢰도 높은 국제협력의 틀이라며 의장국인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데니스 대사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남아공대사관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서울 회의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G20 회원국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국내총생산(GDP) 합계도 전체의 85%에 이른다. 데니스 대사가 G20 체제를 높게 평가하는 일차적인 이유다. G20이 과거의 틀인 G7이나 G8보다 많은 지구촌 주민의 대표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G20이 확실하게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합의한 사항을 실천에 옮기고 △경제 현안을 해결하는 능력을 입증해야 하며 △G20에 속하지 못한 나머지 3분의 1의 세계 인구를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개발과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문제는 이번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새롭게 부상한 핵심 의제다. 데니스 대사는 이 두 가지 이슈는 한국이 의장국 자격으로 의지를 갖고 꺼내든 것이라고 높게 평가하며 남아공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특히 개발 이슈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에는 저소득 국가가 많습니다. 저소득 국가들이 성공적으로 개발될 수 있도록 도와야 사회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G20 국가들이 ‘강하고, 지속 가능하고, 균형 있는 성장’을 얘기할 때 그 성장은 선진국 또는 신흥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저소득 국가도 포함한 개념이어야 합니다. 개발에 관한 의미 있는 합의는 서울 회의의 성공을 약속할 것입니다.”
그는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면서도 많은 저소득 국가처럼 과거 식민 피지배와 저개발 역사를 경험한 한국이야말로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서 가교(架橋) 역할을 할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또 “저소득 국가일수록 국가 사이를 빠르게 이동하는 국제자본의 흐름에 대응하는 능력이 취약하다”며 “선진국 의견뿐만 아니라 저소득 국가의 우려를 반영하는 금융안전망 구축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데니스 대사는 이달 8일 한국과 남아공이 원자력협력 협정을 체결한 것과 관련해 “남아공은 장기적으로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상당 부분을 원자력 발전을 통해 얻고자 한다”며 “협정 체결로 한국이 남아공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획에 참여할 수 있는 법적인 틀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은 원전 건설 분야에서 선진 기술을 가진 국가라며 “앞으로 많은 협력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남아공은 고질적인 전력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총건설비 1조3000억 랜드(남아공 화폐단위·약 212조 원) 규모의 원전 6기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데니스 대사는 이와 관련해 “남아공 원전 입찰이 내년에 시작될 것”이라며 “현재 미국 프랑스 중국 한국이 원전 건설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입찰 과정은 투명하고도 공개된 방식으로 진행하고자 한다”며 “안전 기술 자금조달방법 등의 몇몇 기준을 적용해 최고의 평가를 받는 국가를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 힐턴 앤서니 데니스 주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
△1998∼1999년 국가정보원(NIA) 정보부장 △1999∼2009년 첩보국(SASS) 차관보 △2010년 2월∼ 주한 남아공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