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체에서 근로소득금액 1억 원을 넘는 고액 급여자가 봉급생활자의 0.76%인 10만6673명이다. 그런데 ‘지식경제부 산하 공기업 현황’에 따르면 여기서만 2.8%인 2979명이 1억 원 이상을 받고 있었다.
금융위원회에 속한 한국거래소는 더하다. 직원의 40%가 작년에 1억 원 넘는 연봉을 받았다. 무슨 특별한 일을 하기에 이렇게 돈을 많이 받나 했는데 김봉수 이사장의 인터뷰를 보면 그것도 아니다. 경쟁자가 없으므로 경쟁할 필요가 없었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수수료 수입으로 배불리 먹고살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민영화로 청년 고용 늘린다더니
공공개혁은 MB노믹스의 핵심이었다. 2008년 5월 초엔 305개인 공공기관 중 50∼60개를 민영화하면 철밥통이 깨져 일자리, 특히 청년층 고용이 늘어날 것이고, 민영화에서 생기는 60조 원의 수입으로 중소기업과 공교육을 살리겠다고 큰소리쳤다.
그 무렵 쇠고기 촛불시위가 격렬해지면서 공공개혁의 동력은 꺼졌다. 정부로선 불가항력 또는 운명의 장난이라고 가슴을 쳤을지 모른다. 공공개혁의 시퍼런 날은 ‘공공기관 선진화’로 연성화했다. 집권 절반이 지난 지금 공공기관은 285개이고 24개로 예정했던 공기업 민영화는 6개에 그쳤다. 그러면서 방만과 비효율이 이어지는 건 정부의 공모(共謀) 없이는 불가능하다.
첫째가 ‘낙하산 인사’다. 지난 정권에서 “공공기관 감사 자리가 전리품이냐”고 비판하던 사람들이 집권 후 질세라 똑같이 욕심내는 모습은 보기에도 민망하다. 특히 한국거래소는 흥청망청 경영이 계속되자 2009년 초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으로 지정받았지만 또 낙하산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둘째, 돈 버는 데는 관심 없고 쓸 줄만 아니 공공부채는 무섭게 늘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가 밝힌 공공기관 부채가 2009년 347조 원이다. “최악의 재정적자를 은폐하기 위해 국고사업을 공기업에 떠넘겨 공기업 부채가 MB 집권 2년 사이에 54.5%가 증가한 212조 원”이라는 민주당 주장보다 많다.
더 겁나는 건 공공부채 무서운 줄 모르는 정부 태도가 이를 더 키운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국제기준에선 공공부채가 국가채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4대강 살리기부터 임대주택 사업까지 공공기관이 빚내 벌이는 우리에겐 당연히 공공부채도 국가채무다. 그들이 펑펑 쓴 돈을 내가 낸 아까운 혈세로 메워야 할 판이다. 우리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이 35.6%라는 정부의 말을 믿기 힘든 것도 그런 태도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공기업 부채 등을 포함해 소개한 ‘국제비교를 위한 국가채무’는 1717조6000억 원, 무려 130%다. 재정위기라며 대대적 긴축살림을 펴고 있는 영국이 71.3%인 것에 비하면 소름이 돋을 정도다.
공기업 펑펑 쓰는 내 세금 아깝다
그런데도 정부는 14일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한 청년고용정책을 발표하며 채용실적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우리나라 같은 공공기관을 쾅고(Quango·Quasi-Autonomous Non-Governmental Organisation)라고 조롱기 섞어 부르는 영국에선 같은 날 192개의 쾅고를 없앤다고 발표했다. 쾅고는 유사자치 비정부기구라는 뜻이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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