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후배가 12월에 결혼을 한다. 그의 신랑은 기획재정부 공무원이다. 한때 이 후배는 결혼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고 한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로 예정된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 때문이었다. 직장이 서울에 있는 후배는 결혼하면 부처 이전 뒤에 따로 살아야 할지, 아니면 직장을 포기하고 지방으로 가야 할지 지금도 고민이란다. 결혼은 하지만 “평생 거기서 산다는 생각을 하면 암울하다”는 게 그의 얘기다.
세종시 이전을 앞두고 공무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가기는 가야겠는데 집도 마련해야 하고 배우자와의 동거(同居), 아이들 교육 문제 등 이런저런 걱정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특히 여성 공무원들이 더욱 동요하고 있다. 미혼일 경우 “이러다 시집도 못가는 것 아니냐”며 한숨이다. 이 때문에 서울에 남을 방법을 찾는 공무원이 부쩍 늘었다.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 부처 이전 뒤에도 서울에 남는 타 부처로의 전출을 신청하거나 민간기업으로의 이직을 꾀하는 공무원이 많아졌다고 한다.
2014년까지 세종시 이전 대상은 9부2처2청 등 35개 기관이다. 부처 공무원 1만500명에다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을 합하면 1만8000명 정도가 세종시로 옮겨가 일해야 한다. 올해 8월 행정안전부의 ‘세종시 이전대상 기관 공무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017명 가운데 ‘혼자 이주하겠다’는 응답이 35%에 달했다. ‘아예 이주하지 않고 출퇴근하겠다’는 응답도 12%였다. ‘가족과 함께 이주하겠다’는 응답은 절반가량인 53%에 그쳤다. 이주를 희망하지 않는 이유로는 ‘자녀교육’이 42%로 가장 많았고 ‘배우자의 직장’이 40%, ‘생활편의시설 부족’이 5%였다.
공무원 지원대책도 전무하다. 이사비용 및 이주수당은 얼마나 지급할 건지, 자녀교육 지원책은 뭔지, 주택구입자금이나 전세자금 융자는 어떻게 해줄 건지 구체적인 지원책은 마련돼 있지 않다. 보다 못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14일 기자회견에서 “공공임대아파트 규모 확대 및 무상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전 대상 기관 공무원의 불안감이 더 커지고 업무 분위기가 흐려지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는 정주시설 조성 및 지원책 마련을 서두르는 게 맞는 일일 것이다.
김상수 산업부 차장 ssoo@donga.com
▲동영상=세종시법 정기국회 때 통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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