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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투데이]먹잇감 넘치는 증시, 멀리 보는 사람이 이긴다

입력 | 2010-10-19 03:00:00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30일 역사적 변동성(30일간 주가지수 수익률의 표준편차를 연율화한 값)은 10%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80%에 육박했던 수준이었다가 2009년에는 20%대 수준, 올해에는 10%대 중후반 수준, 현재는 10% 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이렇게 낮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8월 말 이후 주가지수가 순조롭게 한쪽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변동성을 크게 낮추더니 1,900을 전후로 좁은 등락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지수가 1%만 넘게 움직여도 급등이나 급락이란 표현이 나올 정도로 주가지수의 움직임이 적을 뿐 아니라 추세 또한 상승의 연장선상에 있다.

둘째는 종목이나 업종 간 빠른 순환매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자동차, 화학 등과 같이 주식시장을 주도하는 업종이 있긴 했지만 9월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주가지수보다 성적이 좋았던 종목들을 팔고 상대적으로 성적이 나빴던 종목들을 사는 매매의 패턴이 형성되었다. 그러다 보니 시장 전체적으로는 주가지수의 움직임을 아주 좁은 밴드에 가두어 놓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요즘 주식시장을 강에, 투자자들을 물새에 비유하기도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고요한 수면에 물새가 떠있지만 수면 아래로는 수없이 발놀림을 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물새가 떠 있는 강에는 먹잇감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정도의 문제로 고민하고 있기는 하나 미국은 2차 양적완화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 달러화 대비 자국 통화가치의 급격한 상승을 막기 위해 일본 같은 국가에서는 고육지책격인 양적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의 상승은 불가피해 보이는 환경이어서 그 속도를 조절해야겠다는 정책적 판단이 엿보이는 결정이었다. 우리나라의 채권이나 주식은 외국인투자가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다.

지금과 같은 낮은 변동성은 과거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한 달 이상 유지되기 힘들어 보인다. 물새들이 하나둘씩 날아오르면 수면은 출렁거리게 돼 있다. 새들이 먹잇감이 넘치는 강을 두고 다른 강을 찾아 나서지 않을 바에야 그 강은 물새들이 날아오르고 먹잇감을 찾아 활강하는 모습으로 활기를 띨 것이다.

지금의 주식시장은 아주 낮은 변동성 때문에 투자가들에게 탐욕과 의혹을 동시에 갖게 한다. 의혹을 이겨내는 방법은 긴 안목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좋은 실적을 유지할 수 있는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거나 주가지수 인덱스에 투자하는 것이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금융시장의 환경 변화나 우리나라 경제의 강화된 기초체력을 감안해 보면 탐욕은 아니더라도 욕심은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

문경석 KB자산운용 파생상품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