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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은 기자의 가을이야기] PO 첫 홈런…조영훈 야구는 이제 시작입니다

입력 | 2010-10-19 07:00:00


삼성에서 진화중인 ‘강원도 사나이’ 조영훈강원도 속초시, 그 중에서도 인구가 3000명을 갓 넘는 영랑동이 삼성 조영훈(28·사진)의 고향입니다. 초등학교 시절, 인근 학교에 운동부라고는 영랑초 야구부가 유일했습니다. 게다가 학교에서는 야구부를 계속 운영하기 위해 반에서 가장 키가 큰 남학생 다섯 명은 꼭 야구를 해야 한다고 하더랍니다. 어린 조영훈이 키를 재보니 반에서 세 번째. 그렇게 야구를 시작했습니다. 참 멀고도 험한 길에 들어선 겁니다. “중학교에 진학했더니, 아버지가 야구를 그만 두라고 하셨어요. 여섯 살 위의 형이 육상을 했는데,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거든요. 아들 둘 중 하나는 공부를 했으면 하셨나봐요.”

하지만 둘째 아들은 이미 야구의 매력에 깊이 빠져 버린 지 오래였습니다. 계속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관철시켰습니다. 가리비 양식업을 하던 아버지는, 하는 수없이 막내의 야구 뒷바라지를 시작했습니다. “완전 시골이었으니까, 식구들이 돈을 벌어야 얼마나 벌겠어요. 회비도 많이 밀리고 장비도 겨우겨우 바꿔가면서 근근이 야구했어요.” 설상가상으로 아버지는 조영훈이 속초상고 2학년일 때 고혈압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남은 뒷바라지는 오롯이 어머니의 몫이었습니다. “부모님이 정말 고생 많이 하셨다”며 고개를 젓는 아들은 프로 입단 계약금으로 1억8000만원이라는 거액을 안기면서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처음에는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그런데…. “겪어보니 아니었어요. 3년차 때인 2007년에는 기회도 많이 얻었는데, 열심히 해도 안 되니까 모든 게 허무하기만 하더라고요. 이대로 1년 더 하면 정말 망가질 것 같아서 입대를 결심했죠.” 경찰청 야구단에서의 2년은 말 그대로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 그리고 곁에는 룸메이트인 손승락(넥센)이 있었습니다. “승락이는 투수, 전 타자잖아요. 밤마다 제대 후 어떻게 야구 하면 잘 할 수 있을지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그 친구도 야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거든요. 올해 구원왕까지 하는 걸 보니 참 보기 좋아요.”

그렇다면 이젠 조영훈이 한 단계 딛고 올라설 차례입니다.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5-6으로 쫓아가는 솔로홈런을 터뜨린 그는 “그 홈런 한 방보다 더 중요한 걸 깨달았다”고 합니다. “2006년 한국시리즈 때는 경기에 나갈 때마다 쫓기고 떨리는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이번엔 침착하게 타석에서 승부를 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그래도 이만큼은 성장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시리즈가 끝나면 더 치열하게 준비할 거예요.” 조영훈이 말하는, 이유 있는 자신감입니다.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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