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허재 감독은 지난주 LG 강을준 감독에게 이례적으로 전화를 걸었다. 태릉선수촌에서 열리는 LG와 대표팀의 연습경기를 관전하고 싶다고 양해를 구했다. 대표팀에 차출된 KCC 센터 하승진이 뛰는 모습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허 감독은 15일 시즌 개막을 앞두고 민감한 시기여서 하승진을 직접 보러 가진 않았어도 그만큼 하승진의 컨디션은 중대한 관심사였다.
하승진은 16일 KT와의 시즌 첫 경기에서 4분을 뛴 뒤 17일 삼성과의 경기에서는 21분 동안 20점, 14리바운드를 올렸다. 모비스 지휘봉을 잡고 있는 유재학 대표팀 감독 역시 17일 모비스와 SK의 경기에 앞서 구단 버스에서 하승진의 경기 장면을 TV로 유심히 지켜봤다.
부상으로 재활에 전념하던 하승진의 최종 엔트리 발탁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던 유 감독은 “잘 뛰었다”고 합격점을 줬다. 하승진은 22일 열리는 국가대표팀협의회를 통해 대표선수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가드 박찬희(한국인삼공사)와 김선형(중앙대) 중 1명이 탈락할 확률이 높다.
이번 대표팀은 그 어느 때보다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국제경쟁력 없이 우물 안 개구리 신세로는 발전이 없기에 대표팀 예산만도 20억 원에 이른다. 장기 미국 전지훈련에 시즌 때도 대표선수들은 개막 후 2경기만 출전한 뒤 태릉선수촌에 소집됐다.
이처럼 다걸기하는 분위기 속에 하승진은 누나 하은주(신한은행)와 동반 출전하는 아시아경기에서 한국 농구를 책임질 주역으로 꼽힌다. 대회 개막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이라 그에 대한 기대는 커져가고 있다. 만약 그토록 원하던 금메달을 딴다면 하승진은 병역 문제까지 해결한다. 메달만 따더라도 최근 국제무대에서 부진을 거듭하던 한국 남자 농구는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 하승진의 어깨가 더욱 무겁게 됐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