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5분짜리 오디오 드라마”
지난해 10월 MBC 표준FM의 ‘격동 50년’이 제작비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21년 만에 종영한 뒤 MBC에서는 라드가 사라졌다.
하지만 1년 만에 신설된 ‘고전 열전’은 요즘 사람들이 이동할 때 스마트폰과 MP3플레이어 등으로 콘텐츠를 즐기는 생활 패턴을 고려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아이팟 팟캐스트를 통해 방송 파일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게 했다. 또 이동하며 짤막하게 듣기 쉽도록 방송 분량을 15분으로 기획했다. 이 프로의 김승월 PD는 “매체를 라디오뿐 아니라 스마트폰과 MP3플레이어로 다양화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라디오 드라마라는 장르 대신 ‘오디오 드라마’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말했다.

스마트폰과 아이팟 등 뉴미디어를 즐겨쓰고 재미를 중시하는 요즘 청취자의 취향에 맞춰 라디오 드라마가 진화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MBC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배한성(왼쪽) 배칠수의 고전열전’ 녹음 현장. 사진 제공 MBC
○ ‘KBS 무대’ 53년째 방송 중
라드는 1960, 70년대에 전성기를 누리다 1990년대 이후 영상물에 밀려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꾸준하게 제작되고 있다.
KBS의 경우 라디오 채널 7개에서 ‘KBS 무대’ ‘일일시트콤 남남북녀’ ‘라디오 독서실’ 등 총 6개의 라드를 방송하고 있다. 특히 ‘KBS 무대’는 53년째 방송하고 있는 일일 단막극이다. 김수현 양인자 박정란 씨 등 쟁쟁한 작가들이 이 프로를 거쳐 갔다. ‘라디오 독서실’은 한국 문학 작품을 드라마 형태로 재구성한 것이고 ‘일일시트콤 남남북녀’는 북한 출신의 새터민 여성이 성우를 맡고 있다.
30년째 KBS 라드를 연출해온 이상여 PD는 “라디오 드라마가 잊혀지고 있지만 마니아층이 남아 있다. 청취자가 ‘가족 이야기를 다룬 라디오 드라마를 듣고 부모님 생각에 가슴을 쓸고 울었다’며 제작진에게 전화를 걸어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 비주얼 없이도 청취자의 공감대를 얻어야 하는 라드의 탄탄한 스토리는 연극으로 작품화하기도 했다. MBC FM4U(91.9MHz) ‘골든디스크 김기덕입니다’에서 청취자 사연을 라드로 재구성해 인기를 끈 코너 ‘음악 에세이’는 올해 3월 같은 제목의 연극으로 각색됐다. 연극 ‘그 남자 그 여자’는 MBC FM4U ‘이소라의 FM 음악도시’에 나왔던 동명의 라드 코너를 각색한 것이다.
이 PD는 “라디오 드라마는 감성과 상상력을 키우는 장점이 있다”며 “이 같은 장점을 유지하면서 콘텐츠 형식을 다양화하고 새로운 매체와 결합하는 등 시대에 맞춘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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