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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사자, 힘 한번 못 쓰고…삼성, 한국시리즈 3차전도 무릎… SK “1승 남았다”

입력 | 2010-10-19 03:00:00

1회 밀어내기 포함 2점 허용… 9회 1사 2, 3루도 무위로




역전 당하면 재역전한다(1차전). 선취점을 내주면 바로 뒤집는다(2차전). 어지간한 위기에서도 대량 실점은 없다(3차전).

정규 시즌을 평정했던 SK의 독주가 한국시리즈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SK는 18일 대구에서 열린 3차전에서 삼성을 4-2로 꺾고 3연승을 달리며 2000년 창단 이후 3번째 우승을 눈앞에 뒀다. 지난해까지 27차례 한국시리즈에서 한 팀이 3차전까지 모두 이긴 경우는 8차례였고 모두 우승했다.

삼성 선발 배영수는 무기력해 보였다. 1회만 보면 그랬다. SK는 배영수를 상대로 선두 타자 정근우가 중견수 앞 안타로 나간 뒤 박정권의 투수 오른쪽 내야 안타와 이호준의 1루 땅볼이 이어져 손쉽게 선취점을 얻었다. 배영수는 이어진 2사 만루에서 김재현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줘 추가점을 허용했다.

SK 선발 카도쿠라 켄도 무기력했다. 1회 이영욱을 몸에 맞는 볼, 조동찬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1사 2, 3루에서 최형우에게 희생플라이를 맞고 점수를 내줬다.

먼저 마운드에서 내려온 쪽은 카도쿠라였다. 반면 배영수는 2, 3, 4이닝을 잇달아 삼자범퇴로 끝내며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카도쿠라의 뒤를 이은 SK 투수들은 송은범을 제외하곤 완벽하게 제몫을 했다. 삼성 불펜도 1, 2차전보다는 나았지만 SK의 불펜은 빈틈이 없었다.

한국시리즈에서 SK의 선발 투수는 가장 먼저 등판하는 투수일 뿐이다. 이날도 그랬다. SK 김성근 감독은 카도쿠라가 2-1로 앞선 3회 선두타자 최형우에게 2루타를 허용하자 곧바로 2차전 선발로 1과 3분의 2이닝을 던졌던 이승호(37번)를 투입했다. 이승호는 2와 3분의 1이닝 동안 삼진 2개를 곁들여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포스트시즌 첫 승을 챙겼다. 경기 최우수선수는 그의 몫이었다. 이승호는 “2차전에서 너무 못 던져 마음이 아팠다. 다음 기회를 기다렸다. 결과가 좋아 기쁘다”고 말했다.

SK는 이후 전병두 정우람 정대현 송은범 이승호(20번)를 차례로 투입하며 삼성 타선을 요리했다. 9회 송은범이 피안타 2개, 폭투 2개로 추가점을 허용하며 1사 2, 3루 위기를 맞았지만 이승호가 두 타자를 삼진으로 처리하며 경기를 끝냈다. 자신의 포스트시즌 첫 세이브.

SK는 수비도 빈틈없었다. 2루수 정근우는 2회, 5회 안타성 타구를 멋지게 잡아 병살로 연결시켰다.

포수 박경완도 이름값을 했다. 삼성은 3회 선두 타자 최형우가 2루타로 출루하고도 박경완의 견제구에 아웃되는 바람에 기회를 날렸다.

SK의 우승이냐, 삼성의 벼랑 끝 탈출이냐. 4차전은 19일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대구=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 양팀 감독의 말

“구원-마무리 두 이승호 잘해줬다”

▽김성근 SK 감독=선발 투수 카도쿠라가 초반에 흔들려 힘든 경기를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어 등판한 이승호(37번)가 잘 던졌다. 원래는 전병두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승호의 구위가 괜찮은 것 같아 올린 게 주효했다. 투수들이 전반적으로 제 몫을 다 해주니까 비교적 편안하게 경기를 한 것 같다. 9회말 위기 때는 동점까지 각오했는데 이승호(20번)가 마무리를 잘했다. 야구는 흐름이 중요하다. 3연승했지만 흐름을 한번 빼앗기면 분위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 남은 경기에서도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

“3회까지 계속된 득점 기회 못살려”

▽선동열 삼성 감독=3회까지 계속 득점 기회가 있었는데 살리지 못하면서 분위기를 우리 쪽으로 가져오지 못한 게 아쉽다. 특히 3회 무사 2루에서 2루 주자 최형우가 견제사를 당한 게 결정적이었다. 박한이는 스트라이크가 들어왔는데도 번트를 대지 못했다. SK 왼손 투수들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해 어이없는 경기를 하면서 3연패를 당했다. 타자들이 긴장하는 것 같다. 선발 투수 배영수는 제몫을 충분히 했다. 이제 물러설 곳이 없기 때문에 4차전에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