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는 ‘환율전쟁’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실제 미국 하원은 부당한 환율조작 국가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중국을 겨냥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이에 해당된다. 한편 브라질은 자국에 유입되는 해외자본에 관세를 부과한다. 일본도 6년 만에 외환시장에 개입한다. 중국은 위안화가 미국의 압력으로 절상되는 것은 환율 이전에 ‘정치적 수치’라는 입장이다. 유럽은 미국을 거들어 중국에 삿대질이다. 주요 외신에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의 성공 여부는 환율의 적절한 조정 메커니즘의 합의에 있다는 논평기사까지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러다 우리가 미중 환율전쟁에 새우등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Beggar thy neighbors(네 이웃을 거지로 만들어라)’라는 말은 경기불황 때 흔히 등장하는 구호다. 인위적인 통화절하를 통해 수출을 증진시켜 불황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단순무식한정책을 비꼬는 말이다. 그러나 무역수지와 관련된 환율 시비를 넘어 금융위기 이후 경기회복의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서 ‘멱살잡이’가 불거졌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주요국 환율이 금융위기 전후 어떻게 움직였을까. 위기 이후 최고점 대비로 보면 한국이 38% 절상되어 비교대상 국가 중 최고 수준이지만 위기 직전인 2008년 9월 초와 비교하면 오히려 1.4% 절하됐다. 반면 일본은 32%, 태국은 14.6%, 칠레는 8%, 중국은 2.3% 절상됐다. 연초에 대비해보더라도 원화는 3%로 절상돼 2.3% 절상된 중국과 함께 가장 낮은 수준으로 올랐다. 게다가 올해도 작년에 이어 최소 350억 달러의 무역흑자가 예상되기 때문에 절상 압력을 피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어디까지 절상될까. 단순히 숫자로 본다면 1992년에 달러 대비 670원까지도 간 적이 있지만 지금은 엔화와 위안화의 상대적 역학관계가 관건이다. 여기에 유로와 달러 그리고 기타 아시아 통화의 환율도 감안해야 한다. 일단 지금 분위기로 봤을 때는 ‘점진적으로’ 위기 이전 수준인 900원대까지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