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필자가 일본 기타큐슈(北九州)를 방문했을 때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넥타이를 선물로 받았다. 외부 강의 때마다 매고 가 수강생들에게 자랑했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페트병을 재활용해 섬유를 만들어 의류를 생산하는 기업이 나타난 것이다.
한국은 쓰레기 분리수거를 오래전부터 해왔다. 쓰레기가 재활용되는 비율은 약 82%(2008년 기준)에 이른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를 재활용하지 못하면 이를 처리하기 위해 쓰레기 소각장을 짓거나 매립지를 만들어야 한다. 쓰레기 소각장이나 매립지는 님비시설이어서 유치 예정지 주민들의 반대가 거센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실제로 쓰레기를 재활용한 제품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쓰레기 재활용 제품이 시장에 나와도 소비자들이 구매해 주지 않으면 결국에는 생산 기업이 문을 닫게 된다. 페트병을 재활용해서 생산한 야구 유니폼은 기존 유니폼보다 1.5∼2배가 비싸다. 연구개발비, 테스트비용 등이 생산비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재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재활용 제품의 생산비와 유통비를 줄여야 한다. 초기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해 생산비의 일부를 줄여주거나 소비자의 가격을 낮추어 기존 제품과의 가격 경쟁력을 갖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근래에는 리사이클링이 아닌 더 좋게 업그레이드된 재활용 제품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사업이 부각되고 있다. 독특한 디자인을 통해 재활용품이 명품으로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타큐슈의 경우 쓰레기 제로화를 선언하고 에코타운이라는 쓰레기 재활용단지를 만들어 기업, 연구소, 대학이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기술과 방안들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우리는 쓰레기를 버릴 것인가, 제로화할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있다. 한국도 쓰레기 제로화를 향하여 정부와 산학연이 공동으로 노력하기를 기대한다.
양병이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