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각국 정책당국자들은 통화가치에 예민해져 ‘환율전쟁’까지 치르고 있다. 미국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중국의 생산성이 2배 증가하는 동안 위안화 평가 절상률은 5%밖에 안된다”며 노골적으로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화폐전쟁’의 저자인 중국의 쑹흥빙 씨는 “미국이 돈을 찍어내며 다른 나라를 기만하기 때문에 환율전쟁이 일어나는 것으로 위안화는 점진적으로 절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 규모가 축소됐고 이 위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각국은 환율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자국의 이익을 지키려 한다. 환율전쟁의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의 싸움이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결국 미국 달러의 가치는 하락하고 중국 위안화의 가치는 상승할 것이라는 점이다. 근본적으로 통화가치는 국가 펀더멘털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명동의 한 백화점은 전체 매출에서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10%까지 상승했다. 한 면세점에는 중국인들을 위해 여러 화장품 메이커의 비비크림(자외선 차단과 미백기능이 결합된 기능성 화장품)을 모은 종합판매대가 설치됐다. 또 중국의 미주 취항 노선이 부족해 미국 여행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한국 항공사를 이용하는 것이 붐을 이루고 있다. 대한항공을 이용해 미국으로 떠나는 중국 여행객이 9월 한 달에만 3만3000여 명이었는데 이는 1년 전보다 26% 정도 증가한 수치이다.
이와 같은 중국의 여행 수요 증가는 구조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 통상 가계 소득이 증가하면 ‘삶의 질’을 추구하는 소비도 증가한다. 과거 미국에서도 1970년대에는 5%에 불과하던 문화생활비 지출 비중이 1인당 소득이 빠르게 증가했던 1980, 90년대 9%대까지 상승했던 사례가 있다. 중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살거리와 먹을거리가 다양한 한국이 주요 수혜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겨냥한 한국의 유통, 화장품, 항공, 여행 기업들을 재조명해 볼 시기로 판단된다.
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