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정준 전력분석코치
KS 파트너로 삼성 찍고 두달간 집중 분석
실수 줄인 퍼펙트 우승…SK 최고의 야구
삼성 빠른발 묶은 포수 박경완 역할 최고SK 김정준 전력분석코치를 잘 아는 사람들은 “유쾌한 사람”이라고 평한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그 유쾌함은 의도적으로 억제됐다. 아버지 김성근 감독의 SK 사령탑 부임, 2009년 한국시리즈에서 ‘덕아웃 바깥에서의 정보전달은 불법’이라는 KIA 벤치의 항의, 2010년 전력분석코치로 임용돼 덕아웃 안으로의 진입, 이로써 발생한 부자(父子)의 사상 첫 덕아웃 동거까지…. 일련의 상황은 그에게 훨씬 더 조심스러운 처신을 요구했다.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하게 치러온 올시즌, SK는 왕좌를 탈환했고 SK의 눈인 전력분석 능력은 또 한번 우승의 숨은 힘으로 주목받았다. 목표를 이뤘다는 안도감일까? 김 코치는 19일 밤 대구에서 축승회를 마치고, 20일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 속에서 한국시리즈를 단편적으로 복기했다.
○삼성에 집중했다
김 코치는 “SK 최고의 야구”라고 한국시리즈를 자평했다. 4연승이라는 결과도 이상적이지만 그 내용면에서 높은 점수를 준 셈이다. 무엇보다 환경이 우호적이었다. 작년과 달리 1위로 한국시리즈에 선착해 있어서 상대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여기서 선택지 중 롯데는 과감히 포기했다. 그리고 두산은 과거 3년간 치열하게 싸워본 경험이 있기에 준비할 것이 많지 않았다. 결국 SK의 표적은 삼성에 집중될 수 있었다.
삼성을 타깃으로 설정하고, 김성근 감독에게 전담 정찰원 파견을 건의했다. 그 결과 눈썰미 좋기로 소문난 전준호 코치가 낙점됐다. 전 코치는 두 달간 삼성만 따라다녔다. “응원가까지 다 외울 정도가 됐다”고 했다. 특히 삼성의 투수와 주루를 집중 분석했다. 삼성 불펜진을 깨고 발을 묶지 않는 한, 승산은 요원하다고 파악한 것이다.
○제일 잘한 야구였다
아버지 감 감독처럼 김 코치도 단기전은 흐름이라고 본다. 그 점에서 “운이 좋았다”고 했다. “포스트시즌 들어오는 시점에 롯데는 최고조, 두산은 최저, 삼성은 끊어지는 흐름”이었다. 이는 곧 두산이 올라올 일만 남았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 두산은 갈수록 경기력이 좋아졌다. 김 코치는 “무서웠다. 이 상태로 두산이 올라왔다면 최고조에서 우리와 붙었을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삼성은 8월에 12연승했을 때의 위협감이 안 나왔다.
포인트만 잘 잡고, SK야구만 실수 없이 실행되면 극단적인 생각(급격한 쏠림)도 내심 했었다. 실제 예상치 못한 4연승이 이뤄졌다. 여기서 포인트 중 하나는 삼성 주자들의 발을 어떻게 묶느냐에 있었다. 포수 박경완의 능력이 절대적이었다. 여기에 더해 삼성 주자별로 어떤 카운트에서 뛰는지, 뛸 때 어떤 버릇을 노출하는지를 전력분석 팀에서 해부했다. 투수들은 퀵모션을 점검했다. 삼성은 1,2차전 5개의 도루 시도 중 3개를 실패했고, 3,4차전은 시도조차 못했다.
○박경완은 최고였다
박경완의 가치는 볼 배합과 송구 등 수비능력 이상이라고 김 코치는 단언했다. 게임 안에서 흐름을 파악하는 동물적 감각에 가중치를 줬다. 대부분 그냥 지나쳤으나 김 코치는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3차전의 4-1로 앞서던 8회 무사 1루 상황을 꼽았다. “정대현이 박석민을 상대할 때 초구 볼이 들어오자 바로 박경완은 마운드로 걸어 올라갔다. 이 순간 흐름이 끊어졌다고 봤다.” 실제 정대현은 박석민을 삼진 처리했고, 이후 나머지 2타자도 교체투수 송은범이 연속 삼진 처리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