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와 성관계 여교사 남편-자녀 정보까지 공개
A 씨 신상정보는 이미 사건이 처음 보도된 18일 오전에 제자들과 찍은 사진까지 낱낱이 공개됐다. 이날 오전 누리꾼들은 기사 속 정보를 근거로 첫 신상털기에 나섰다. ‘서울 강서구’와 ‘중학교’ ‘35세 여교사’ 등 서너 가지 키워드에서 출발한 누리꾼들은 이날 낮 12시경 A 씨 개인 미니홈피를 찾아내 공개한 것. A 씨가 미니홈피에 올려뒀던 사진과 개인적으로 쓴 글이 미니홈피 주소와 함께 순식간에 인터넷에 퍼졌다. 학교 이름도 공개되면서 1시간 뒤인 이날 오후 1시경 H중 홈페이지가 방문자 수 폭증으로 다운됐다. 누리꾼들은 ‘지금까지 공개된 신상 목록’ 등을 정리해 올리는 등 신상털기에 협력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어 20일 오전에는 주요 포털 사이트 인기검색어 목록에 한 변호사의 실명이 등장했다. “A 씨 남편이 변호사”라는 소문이 온라인상에 퍼지며 특정 변호사의 이름이 누리꾼들의 키보드 위를 오르내린 것이다. 이 변호사가 실제 A 씨의 남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 누리꾼은 이날 ‘A 씨가 남편 및 자녀와 함께 찍은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가족사진을 올렸다. 이 누리꾼은 “A 씨가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세 자녀를 두고 있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퍼뜨리며 ‘여교사 성관계’ 사건을 확대시켰다.
누리꾼들이 이번 사건에 ‘특별한’ 관심을 표출하는 것은 A 씨가 ‘여자’ ‘유부녀’ ‘상대는 남학생 제자’라는 점에 대한 대중의 말초적 관음증이 반영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만약 남교사가 여중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고 해도 이렇게 시끄럽겠느냐는 여성계의 항변도 있다. 또 서로 합의한 성관계이지만 남학생이 13세 이상이어서 형사처벌 대상이 안 된다는 것에 대한 누리꾼의 사적인 단죄 성격도 강하다는 것이다. ‘누리꾼 수사대’에 걸리면 한 개인의 명예나 영혼까지 순식간에 황폐화될 수 있는 것이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의 현실이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사회 통념상 위배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든 개인적인 린치를 가해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을 정의로운 행동이라고 착각하는 행태”라고 설명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동아논평 : 너무 똑똑해 겁나는 세상
▲2010년 8월11일 동아뉴스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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