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승 노리는 박성백
박성백(25·국민체육진흥공단·사진)은 선전을 장담하지 않았다. 설령 사이클의 황제 랜스 암스트롱이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사이클 도로경기는 변수가 많다. 선수들의 컨디션은 물론이고 날씨, 도로 여건, 산악 구간 포함 여부 등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타고 있는 사이클에 덜컥 고장이라도 나면 큰일이다. 10월 초 전국체육대회 남자 일반부 도로경기에 출전했던 그도 그랬다. 사이클에 문제가 생겨 메달은커녕 아예 순위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그는 한국 도로 사이클의 선두 주자다.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에서는 금 2, 동메달 1개를 땄다. 2007년 투르 드 코리아 원년 대회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도 출전했다. 한국 사이클 역사상 올림픽 남자 도로경기에 자력으로 출전권을 따낸 선수는 그가 유일하다.
“사이클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뛰고 싶었어요. 유럽에서 사이클 인기는 정말 대단해요. 한 달에 20일 넘게 대회가 열리고 TV만 틀면 중계방송을 볼 수 있거든요.”
그는 지난해 메이탄홈포 소속으로 투르 드 코리아에 출전해 단체 우승을 합작하는 등 주축 선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외국 생활을 하는 게 쉽지 않았다. 향수병을 앓았고 우울증도 겪었다. 결국 올 초 국내에 복귀했다.
박성백은 “이번 대회는 광저우 아시아경기 대표팀 훈련 차출 등으로 소속 팀에서 최소 인원이 참가해 단체전은 어려울 것 같아요. 그러나 대회 마지막 날 광화문으로 들어오는 코스가 제가 자신 있는 평지라 개인 종합에서는 기대를 걸고 싶어요. 처음으로 비무장지대(DMZ)를 가로지르는 역사적인 대회인데 우승자로 남으면 좋잖아요.”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독일 대표팀으로 내한하는 안드레아스 슈타우프가 최대 라이벌이다. 그는 세계 최고 레벨인 국제사이클연맹(UCI) 프로팀 18개 중 하나인 퀵스텝 소속이다. 독일 국가대표 사이클 선수 출신 부모 밑에서 태어나 독일 차세대 스프린터로 각광받고 있다.
2009 투르 드 서울에서 줄곧 선두를 지키다 마지막 500m에서 조호성에게 역전당한 디르크 뮐러(독일·누트릭시온 스파르카세)도 설욕을 벼르고 있다. 뮐러는 유럽 시즌이 종료된 뒤 팀에서 휴식을 권했지만 지난해 아쉽게 놓친 우승컵을 위해 한국을 다시 찾았다.
2010 투르 드 코리아에서 종합 7위에 오르며 국내 선수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장경구(가평군청)도 호시탐탐 입상을 노리고 있다. 아시아 최고의 클라이머로 평가받는 공효석(서울시청)도 2010 투르 드 코리아 산악왕(KOM)의 여세를 몰아 산악왕과 종합 순위 상위 입상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첫날 을지전망대(해발 995m), 미시령 옛길(728m)과 이틀째 말고개(515m) 등 3개의 산악 구간이 신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