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선발(투수)은 의미가 없다.”
19일 끝난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 4연패로 무너진 선동열 삼성 감독은 “SK 선발은 선발이 아니다. 그냥 먼저 나오는 투수다. 어떤 식의 야구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야구를 하는 SK에 완패한 선 감독은 “졌는데 할 말이 있겠느냐”고 했다.
한국시리즈에서 위력을 떨친 SK의 선발투수 없는 야구가 단기전 마운드 운영의 대세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SK는 매 경기 5∼7명의 투수를 벌 떼처럼 마운드에 올리며 한 차례의 선발승도 없이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복귀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한국시리즈에서 선발투수의 승리 없이 우승을 차지한 건 2001년 두산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KIA가 4승 중 3승을 선발이 거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SK는 정규 시즌에도 선발승의 비율이 높지 않다. 84승 중 48승만 선발투수들이 거둬 선발승 비율(57.1%)은 8개 팀 중 6위. 선발과 구원에 구애받지 않고 철저히 이기는 야구를 추구했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선발투수에 큰 무게를 두지 않는 건 김성근 감독 개인의 스타일로 봐야 한다”며 “이런 야구가 이기는 야구를 하는 데 상대적으로 나을지는 모르겠지만 각 팀의 사정이 다르고 감독마다 추구하는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단기전에서 선발투수 없는 야구가 꼭 바람직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