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꺼진 아기방. 아기 헌터가 허공에 있는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 오락실
지난해 2000만 원(1만 5000달러)도 안 되는 제작비로 2250억원(2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 할리우드 공포 영화 '파라노말 액티비티'(Paranormal Activity)의 속편이 핼러윈을 앞둔 21일 전 세계에서 동시 개봉했다. 전편의 각본 및 연출자 오렌 펠리 감독이 제작으로 물러나고 토드 윌리엄스가 메가폰을 잡았다.
할리우드리포터닷컴에 따르면, 당초 파라마운트사는 '파라노말 액티비티2'(이하 파라노말2)의 제작비를 전편과 마찬가지로 1만 5000달러 수준으로 잡았다. 하지만 전편의 무시무시한 성공을 보고 '거금' 100만 달러(11억 2000만원)를 더 투입했다.
극장가 '대접'도 달라졌다. 처음 미국 대학가 12개 상영관에서 시작해 입소문을 타며 개봉 2주 차에 33개, 3주차 44개 도시 160개 상영관으로 늘려간 전작에 비해, 2편은 미국 내에서만 3000개 이상의 지역에서 동시 개봉한다.
▶'일상의 공포' 관객과 카메라 시선 동일화
'파라노말 2'의 감상 포인트는 1편과 마찬가지로 '일상의 공포'다. 영화 대부분은 한 저택의 구석구석에 설치된 CCTV화면으로 구성됐다. 여기에 셀프카메라 형식으로 진행되는 주인공들 간의 대화는 실재와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영화의 시작은 전편의 남자 주인공 미카가 살해되기 몇 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확하게는 전편의 프리퀄(prequel, 앞선 과거를 소재로 하는 속편)인 것이다.
8살부터 악령을 본 1편의 여주인공 케이티가 그대로 나오지만 그녀의 집은 주무대가 아니다. 무대는 여동생 크리스티의 가정이다. 크리스티는 유명 햄버거 매장을 여럿 가진 능력 있는 남편과 수영장이 딸린 집, 남편의 전처가 낳은 친구 같은 10대 딸, 그리고 돌배기 아들 헌터와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산다. 인근에 사는 둘도 없는 친언니 케이티와 남자친구 미카도 자주 놀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크리스티는 언니 케이티와 함께 살던 어린 시절, 무언가 보이지 않는 것에게 공격을 당한 기억을 떠올리고 언니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말 하지 마, 그게 더 심해져"라고 입에도 담지 못하게 한다. 그런 사이 보이지 않는 손은 아기 헌터까지 노린다.
다니엘과 크리스티 부부의 딸 알리가 카메라로 셀프 동영상을 찍고 있다. 손에 들고 있는 것은 1편의 여주인공인 케이티의 어린 시절 사진.
영화는 전편보다 더 불길하고 더 섬뜩하다. 악령과 어린 아기가 단 둘이 집안에 남겨지는 순간은 관객들이 긴장감에 숨을 죽이게 만든다. 북미에서는 '트와일라잇' 3편인 '이클립스' 상영전 공개된 '파라노말 2' 예고편이 너무 무섭다는 관객의 거센 항의에 예고편이 상영 철회되기도 했다.
다행인 것은 영화 본편의 공포는 감내할만한 수준이라는 것. 유혈이 낭자하고 살점이 사방팔방으로 튀는 일반적인 호러 무비와는 다르기에 사실 이 영화의 시각적 자극은 보잘 것 없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다만, 적막한 방 안을 비추는 CCTV 화면은 오만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1편에서 미카의 시신을 카메라에 던지고 홀연히 사라진 케이티의 행방은 2편에서 밝혀진다. 미카가 살해된 다음날 밤 케이티는 크리스티의 집 CCTV에 찍힌다.
신인 감독 오렌 펠리가 직접 연출, 촬영, 편집을 맡아 초저예산으로 제작한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2007년 스트림페스트 호러 영화 페스티벌에서 처음 상영되고 DVD로 제작됐다. 이후 작품을 보게 된 스티븐 스필버그가 저작권을 구매해 엔딩 대목의 10분을 다시 촬영해 2009년 북미에서 개봉했다. 영화는 북미 박스오피스 1위, 영국과 호주에서도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저비용 정신'에 입각한 배급사는 홍보도 돈 안 드는 관객의 입소문 마케팅(viral marketing)에 기댔다. 그것도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른바 '시네마 민주주의(cinematic democracy)'가 그것이다. 이 방법은 관객이 자기 지역 극장에 영화를 걸어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것이었다.
배급사는 우선 인기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영화를 보며 놀라고 비명을 지르는 객석 반응이 담긴 홍보 영상을 올렸다. 동영상 끄트머리에는 "당신의 동네 극장에 '파라노말 액티비티'를 상영해달라고 요구하십시오!"라는 문구를 적었다. 지시문을 따라 영화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상영을 요구하는 글을 보낼 수 있도록 서식과 '요청합니다!'라는 버튼이 있다. 관객 수가 충분히 쌓이면 배급사는 극장에 요구를 전하는 식이다.
1편이 '시네마 민주주의'에 기댔다면, 2편은 궁금증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스토리를 공개하지 않는 대신 예고편으로 영화가 가져올 충격을 맛보게 하는 식이다.
"무엇을 상상하든 빗나갈 것이다"라는 문구와 함께 홍보 영상 곳곳에 '이스터 에그'(숨겨진 메시지)를 숨겨놓았다. 예고편이 플레이되는 중간 어느 지점 영상을 거꾸로 돌리면 울고 있는 여자와 아기 같은 수수께끼의 사진이 나오는 식이다. 적막한 한밤에 아기 방이 찍힌 CCTV 화면을 자세히 보면 아기는 거울에만 존재한다. 영상을 본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라며 저마다 상황을 예측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이는 다시 입소문으로 이어져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게 된다.
조금 더 무서워진 '파라노말 2'가 1편에 이어 저예산 미스터리 공포영화의 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까. 영화는 이제 한국 관객의 선택을 기다린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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