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지금 전세 재계약을 할지 아파트를 살지 고민 중이다. 그는 “집주인이 전세금을 4000만 원 올려달라고 하는데 막상 집을 사자니 가격이 더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망설여진다”며 “괜히 대출이자만 내느니 그냥 2년 더 살다가 그때 집을 구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 구입을 놓고 적극적인 대구 시민과 소극적인 서울 시민의 태도가 분명하게 엇갈린다. 그러나 몇몇 부동산 전문가는 현재 대구 부동산시장의 양상이 1, 2년의 시차를 두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재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미분양 아파트 적체가 많아 ‘건설사의 무덤’이라 불릴 정도이던 대구 부동산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대형 아파트는 여전히 ‘찬밥’ 신세지만 중소형을 중심으로 거래가 살아나고 매매 호가도 오르고 있다.
15일 기자가 만난 대구 달서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한동안 문의 전화조차 없었지만 최근 중소형 아파트 매매 문의 전화가 크게 늘었다”며 “요즘에는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올라 찾아오는 손님마다 놀라는 기색”이라고 말했다. 2009년부터 입주물량이 줄어든 데다 최근 전세난까지 겹쳐 매매가가 오르고 있는 것.
실제 달서구 월배지구의 한 아파트 단지 109m² 전세금은 1억6000만 원으로 2년 전보다 두 배가량 올랐다. 박재윤 공인중개사는 “중소형을 중심으로 매매 호가가 올해 초보다 3000만∼4000만 원 올랐다”며 “수요자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132m² 이상 대형 물량을 제외한다면 중소형 아파트의 체감 상승률은 수치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내 신규 분양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주 달서구에 문을 연 한 아파트 본보기집(모델하우스)에는 주말 동안 3000여 명이 다녀가 북새통을 이뤘다. 비록 3순위까지 전체가 마감되지는 못했지만 최근까지 아파트 청약 수요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대구 시장 특성상 청약 이외에 선착순 분양 물량을 예약한 수요자도 많아 미분양 걱정은 크게 하지 않는다”고 여유를 보였다.
○수도권이 대구의 복사판 될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도 내년에 입주물량이 크게 감소해 지금의 대구 같은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도권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된 2007년 말까지 밀어내기식 분양 이후 공급이 줄어들었다. 2011년 경기지역 입주 예정 물량은 4만7131채로 2009년 11만900채, 11만5258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수도권도 대구의 전철을 밟아 이미 전세금이 오르고 결국 매매시장도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대구를 포함한 지방시장이 살아난 가장 큰 요인이 바로 공급이 없었다는 점”이라며 “수도권도 입주물량 부족으로 이르면 내년 말부터 지방처럼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정부도 도시 소형 주택 공급, 역세권 용적률 상향 조정 등 공급을 늘리기 위한 대책들을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실제로 공급이 늘어나지 않으면 가격 폭등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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