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무는 그룹 내에서 ‘왕할머니’로 불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이던 이임용 선대 회장을 기업인으로 이끈 것도 이 상무였다. 태광산업 본사 유료주차장 매출까지 챙길 정도로 그룹의 자금 관리는 그의 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 상무는 수천억 원의 현금과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검찰이 이날 서울 중구 장충동 이 상무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도 선대 회장 때부터 만들어져온 그룹 비자금의 규모와 조성 과정 등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 관계자는 “(이 회장과 이 상무의 비자금은) 한덩어리로 보면 된다”고 했다.
19일 검찰에 소환돼 12시간 이상 조사를 받은 대한화섬 박 대표는 태광산업 재무관리실 상무를 지내는 등 20여 년간 태광그룹의 재무 분야에 있으면서 비자금 조성에 상당부분 기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는 2007년 금융감독원이 태광그룹 오너 일가의 쌍용화재 인수 전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을 조사할 때 차명계좌 명의자였던 그룹 직원들을 회유·협박하는 등 비자금 조성 과정에서 ‘행동대장’ 역할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의해 출국 금지된 태광산업 오 부회장은 1975년 태광산업에 입사해 자금부장, 경영지원실장 등을 지냈다. 금융감독기관의 특혜 의혹이 제기된 쌍용화재(현 흥국화재) 인수 단장을 맡는 등 그룹 내 요직을 두루 거쳤다. 오 부회장도 조만간 검찰 소환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