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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부 ‘칼끝’ 어디로]C&그룹 어떤 회사

입력 | 2010-10-22 03:00:00

DJ-盧정부때 문어발 기업인수… 계열사 한때 41곳




C&그룹은 창업주인 임병석 회장(49)이 자본금 5000만 원으로 세운 칠산해운을 모태로 탄생해 2008년 대기업집단 자산순위로 63위까지 올랐다가 불과 몇 년 만에 사세가 꺾여 현재는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으로 무너져 내린 기업이다.

임 회장은 한국해양대를 졸업한 후 선원 생활 등을 하다 1990년 칠산해운을 세우고 잇달아 회사를 인수해 중견그룹으로 키웠다. 처음 세운 회사 이름 중 ‘칠산’은 임 회장의 고향인 전남 영광군 법성포 앞바다의 어장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임 회장은 주로 법정관리에 빠진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대구의 건설업체 우방(C&우방)과 한강유람선 사업자 세모유람선(C&한강랜드), 모피 및 컨테이너 제조업체 진도(C&진도) 등을 사들였다. 해운, 제조, 건설, 패션, 레저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2006년 그룹 이름을 칠산을 뜻하는 세븐마운틴에서 C&으로 바꿨으며, 2008년에는 자산 규모가 2조2980억 원에 이르러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한때 5개 상장 기업을 포함해 41개 계열사를 거느렸던 C&그룹은 2008년 이후 무리한 인수합병(M&A)의 후유증과 조선업·건설 불황의 직격탄을 맞아 경영사정이 급격하게 악화됐다. 운영자금이 바닥나 전남 목포와 경남 거제에 건설하던 조선소와 선박 건조 공사를 중단했으며,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해 주요 계열사 매각이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시기를 놓쳐 적당한 매수자를 찾지 못하면서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됐다.

주력 계열사인 C&중공업에 대해서는 외부감사인인 우리회계법인이 지난해 초에는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중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내용의 감사보고서를 썼으며, 지난해에는 회사 측이 아예 재무제표조차 제출하지 못해 감사를 받지 못했다. 현재 C&중공업은 채권단에서 용지 등을 경매로 매각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C&해운 등 상당수 계열사들은 영업 활동이 중단된 상태다. C&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계열사 상당수가 ‘휴면법인’ 상태라고 보면 된다”며 “남은 직원은 수십 명 수준으로 급여도 1년 이상 밀려 있다”고 전했다. C&우방랜드는 올해 이랜드그룹에 넘어갔다.

문어발식 M&A로 그룹이 성장한 시기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이고, 출신지가 전남이어서 전부터 임 회장을 둘러싸고 ‘정·관계 실세들에 대한 로비로 특혜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있어 왔다.

2006년에는 금융브로커 김재록 씨의 로비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으나 무혐의 종결됐다. 당시 검찰은 임 회장이 우방을 인수할 당시 김 씨에게 자문료 명목으로 10억여 원을 주고 자금을 조달한 사실을 확인했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