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별 쿼터 개혁안 확인…서울 G20서 타결 추진
국제통화기금(IMF)이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의 핵심 의제인 IMF 쿼터 개혁과 관련해 구체적인 국가별 쿼터(지분) 변동을 담은 내부 방안을 만든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IMF 쿼터는 그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경상수입 외환보유액 등 경제력에 따라 결정된다. 회원국들은 이 쿼터만큼 IMF에 출자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그에 비례해 투표권과 IMF 자금 이용 권한, IMF가 발행하는 국제통화인 특별인출권(SDR) 분배권도 갖는다. 그래서 주요 국가들은 쿼터를 0.01%라도 더 갖기 위해 총력전을 편다.
IMF 측 제시안에 따르면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이른바 ‘브릭스(BRICs) 국가’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현행 쿼터 6위(4.0%, 이하 % 생략)인 중국은 미국(17.67)과 일본(6.56)에 이어 3위(6.32)로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는 10위(2.49)에서 8위(2.75)로, 인도는 11위(2.44)에서 9위(2.62)로, 브라질은 14위(1.78)에서 11위(2.16)로 IMF 쿼터 순위가 오른다. 한국도 현행 18위(1.41)에서 15위(1.81)로 세 계단 상승한다.
반면에 독일 프랑스 캐나다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등 서방 선진국들은 IMF 쿼터 비중과 순위가 모두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막강한 ‘오일 머니’ 덕분에 대표적 과다대표국(실질적 경제수준보다 쿼터가 많은 국가)으로 행사해온 사우디아라비아는 8위(2.93)에서 13위(1.87)로 다섯 계단이나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개최된 제3차 G20 정상회의에서는 “IMF 쿼터를 과다대표국에서 과소대표된 신흥개도국으로 최소 5%를 이전한다”는 원칙론에 합의했다. 그러나 그 구체적 분배 방안에 대한 국가별 이해가 크게 엇갈려 최종 합의점을 찾지 못해 왔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가 “IMF 쿼터 개혁안은 IMF 회원국(187개국)만큼 있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유럽 국가들은 신흥개도국에 뺏길 쿼터량을 최소화하려는 반면에 신흥국들은 “IMF 등 국제 금융기구에서 우리 목소리가 소외돼 왔다”며 제몫 찾기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태도다. 선진국 내부, 신흥개도국 내부에서도 미묘한 갈등 양상이 벌어진다. 독일은 “미국도 쿼터 배분에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도 IMF 개혁을 위해 자기희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은 이에 부정적이다. IMF 측 제시안에 따르면 독일 쿼터는 6.11에서 5.68로 0.43포인트 줄어들지만 미국은 17.67의 현행 쿼터를 그대로 유지한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번 경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IMF 쿼터 개혁의 사실상 최종시한이 11월 서울 정상회의임을 거듭 강조하면서 선진국과 신흥개도국 모두의 ‘한발 양보’를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경주=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