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추락/조지프 E 스티글리츠 지음·장경덕 옮김/584쪽·2만9800원/21세기북스
2008년 금융위기가 닥쳤지만 금융기관과 기업을 구제하기 위한 법안은 미국 의회에서 부결됐고 미국 주가는 다시 대폭락했다. 경제학자인 저자는 이 ‘끝나지 않은 추락’의 원인이 “기업지배구조의 문제, 상여금과 급여를 정하는 방식 때문”이라고 말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스티글리츠 교수는 2008년 미국에서 터진 금융위기 이후 위기를 수습하려는 미국 정부의 정책을 사사건건 신랄하게 비판한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학자다. 그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에도 아시아 국가에 긴축을 강요한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정책을 나무랐다.
지난해 10월 서울대에서 열린 ‘글로벌 금융위기와 위기방지형 거시금융체제’라는 주제의 특강에서도 스티글리츠 교수는 그의 주장을 재확인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 미국 재무부와 IMF는 엄격한 긴축정책을 요구했다. 하지만 똑같은 사람들이 미국발 금융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는 당시 자신들의 조언과 정확히 반대로 행동하고 있다.” 그는 올해 뉴욕 비즈니스포럼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유럽중앙은행이 출구전략으로 긴축정책을 펴면 더블딥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책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학자로 빌 클린턴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의장 및 세계은행 부총재 등을 지낸 스티글리츠 교수가 경제위기와 위기를 벗어나는 각국의 정책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만약 그가 왜 화려한 경력에 비해 파격적인 발언을 하는지에 의문을 품은 독자라면 이 책에서 의문을 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수습하는 미국 정부의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어떤 나라가 다른 나라에 돈을 빌려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가난한 나라들이 부자 나라들에 빌려주는 건 이상한 패턴이다. 미국과 글로벌 경제를 건강한 상태로 돌려놓으려면 이런 불균형을 바로잡고 새로운 경제원리에 따라 경제구조를 재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제언도 담았다. “미국인들의 총소비가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저축할 여유가 있는 상위 계층에서 생긴 돈을 모두 쓰는 하위계층으로 대규모 소득분배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개발도상국들이 더 소비하고 덜 저축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글로벌 지급준비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다.”
미국과 세계가 해야 할 일을 세 가지로 제시한다. 충분히 강력하고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총수요를 회복시키는 일, 금융시스템 재구축, 글로벌 비교우위와 기술변화를 반영할 수 있도록 미국과 세계 경제의 구조조정을 하는 것 등이다.
아울러 새로운 글로벌 준비통화를 만들 필요성을 강조한다. 달러처럼 한 나라의 통화에만 의존하는 글로벌 준비시스템은 21세기 세계화된 체계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달러 이외의 글로벌 통화를 만드는 것은 미국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