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상(在喪), 판스창(范士强) 그림 제공 포털아트
기계가 지구의 주인이 된 세상은 선뜻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2050년 이후부터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 느끼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함께 살게 되리라는 건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로봇 공학자 중에는 미래에 인류가 기계의 하인이 될 거라고 비관적인 예측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처럼 컴퓨터의 배터리로 사육당하는 인간, 오직 기계를 위해 태어나고 기계를 위해 이용당하다 죽는 인간을 상상해 보세요. 영국의 케빈 워릭 교수가 그의 저서 ‘로봇의 행진(March of the machines)’에서 전망한 2050년대의 미래는 암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인간보다 똑똑한 기계에 의해 남자들은 포로수용소 같은 곳에서 노동자로 사육되고 여자들은 인간 농장에 수용되어 오직 아이를 낳기 위해 사육됩니다. 한 번에 세 명의 아이를 낳고 12세부터 출산을 시작해 50여 명의 아이를 낳고 30대가 되면 소각로에 버려지는 비참한 삶은 상상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질 지경입니다.
21세기, 기계가 지구의 지배자가 될 거라는 전망을 우리는 무조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류는 그것을 스스로 부르고 또한 자초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로봇은 인간의 기능을 대신하면서 빠르게 진화하고 그것에 비례하여 인간은 자신의 고유 기능과 존재성을 점차 상실해 갑니다. 귀찮은 일, 힘든 일, 위험한 일을 물려받은 기계는 어느 순간부터 인간의 모든 영역을 잠식하고 더 이상 인간의 지배를 받지 않고 창발적인 지능을 발휘해 오히려 인간을 지배하게 될 것입니다.
과학과 기술의 접목은 인간의 삶을 한없이 편안하게 만듭니다. 손도 까딱하지 않고 모든 걸 작동할 수 있는 생활환경에 우리는 시시각각 잠식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손가락 기능과 감각적인 기능만 발달하니 인간에게 주어진 고유 영역은 기계의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대체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으로 잉태하고 고통으로 분만한 아이들이 설 자리를 잃고 오직 소프트웨어로 낳은 마음의 아이들이 인류의 주인이 되기 전에 우리 삶의 고유영역을 다시 한번 살펴봐야겠습니다. 하기 싫은 일을 통해 인간은 계발되고 또한 성숙합니다. 하루에 세 가지씩 자신이 가장 하기 싫어하는 일을 지속해 나가면 세상에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기계가 아니라 마음이 따뜻한 인류의 후손이 지구를 이끌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박상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