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설 불거진 카페 내부 21일 청와대 비서관과 기획재정부 간부 사이에 취중 폭행설이 불거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카페 내부.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청와대와 재정부에 따르면 진영곤 대통령고용복지수석비서관(53·행정고시 22회)과 정상혁 보건복지비서관(49·이화여대 의대 교수) 등 청와대 쪽 인사와 기획재정부의 김동연 예산실장(53·행시 26회), 소기홍 사회예산심의관(국장급·50·행시 27회), 최상대 복지예산과장(45·행시 34회) 등 재정부 간부 13, 14명이 21일 저녁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S한우전문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이 자리는 진 수석비서관이 내년도 사회복지 예산을 편성하느라 수고한 재정부 예산실 간부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김 실장도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부터 올 8월까지 대통령경제1비서관, 경제금융비서관, 국정과제비서관을 차례로 지내 청와대 인사들과 친분이 있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강조한 ‘서민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복지예산을 더 달라”고 요구했고 재정부는 “제한된 예산이라 한계가 있다”며 줄다리기를 벌여 왔다. 이와 관련해 저녁식사 자리에서 진 수석비서관은 “올해 예산 배정이 잘 마무리돼 감사드린다. 내년에도 복지예산 수요가 늘어날 것인 만큼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식사비는 80만 원이 나왔고 진 수석비서관의 업무추진비 카드로 계산했다.
오후 9시 반경 대통령비서관급 인사 2, 3명과 김 실장 등 재정부 인사 일부도 자리를 떴고 진 수석비서관, 정 비서관, 소 심의관, 최 과장 등 8명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C카페로 ‘2차’를 갔다. 이들은 이 카페에서 양주 두 병을 시켜 폭탄주를 돌렸고 술값은 62만 원이 나왔다. 이 돈은 소 심의관이 개인 카드로 지불했고 나중에 진 수석비서관이 개인 돈으로 소 심의관에게 지급했다.
문제의 폭행설이 불거져 나온 이 술자리 상황에 대해서는 일부 언론의 보도와 정부 측 해명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또 청와대와 재정부의 설명도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술에 취한 정 비서관이 복지정책과 관련한 재정부 공무원들의 인식과 행태를 비난하자 최 과장이 이에 반발하면서 언쟁이 가열됐고 결국 정 비서관이 손찌검을 하는 과정에서 최 과장의 안경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술병과 컵이 나뒹구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노컷뉴스는 “당시 현장을 목격한 한 시민이 ‘반말과 욕설이 난무하는 등 분위기가 험악했다’며 상황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C카페의 주인은 2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런 일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정부 소 심의관은 25일 오전 재정부 기자실에 들러 “정 비서관이 최 과장이 동향 후배인 것을 알게 된 뒤 반가움을 과대하게 몸으로 표현하다가 최 과장의 안경을 떨어뜨렸다”며 “그 후 분위기가 썰렁해져 곧 자리를 정리했다”고 해명했다. 소 심의관은 “두 사람 모두 경북 포항 출신이었고 (본적 등을) 따져보니 면 소재지까지 같았다”고 전했다. 확인 결과 정 비서관은 경북 경주 출신으로 원적이 경북 영일이며, 최 과장은 서울 출생으로 부모의 고향이 영일이다. 두 사람 다 연세대 출신이다. 둘 다 이른바 ‘영포 라인’과는 관련 없다고 정부 관계자가 밝혔다. 소 심의관은 “정 비서관이 ‘같은 고향에 대학도 같은데 왜 지금까지 모르고 지냈는지 모르겠다’며 몸을 부딪치다가 그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사건 발생 이튿날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진상조사를 벌인 결과 정 비서관이 최 과장과 언쟁을 하다 ‘아무리 예산편성권을 재정부가 갖고 있더라도 너무 관료적이었다’며 어깨를 툭 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당시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어깨동무를 한 채 얘기를 나누고 있었으며 안경이 떨어진 직후 최 과장이 고함을 치며 벌떡 일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동영상=‘폭행’ 최철호 눈물… “인기떨어질까 두려웠다”
《 화제의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