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탈리’는 ‘섹스 신을 대형 스크린에서 3D로 보면 어떨까’에 대한 단순하고 무성의한 답변이다. 사진 제공 영화인
극장 불이 꺼지자마자 부둥켜안은 남녀의 벗은 몸으로 커다란 스크린이 가득 메워졌다. 오프닝 크레디트가 흐르는 내내 격렬히 움직이는 두 육체 뒤로 거친 숨소리와 교성이 들렸다. 주 감독의 말은 틀림없었다. 이 정사 장면은 영화 전체의 하이라이트라 할 후반부 마지막 정사 장면에 그대로 다시 한 번 반복된다. ‘최초의 3차원(3D) 입체 에로영화’라는 수식을 앞세운 ‘나탈리’가 보여줄 것은 입체 효과를 가미한 정사 장면, 그게 전부다. 하지만 이 영화 관계자들이 강조한 것처럼 관객이 ‘자신의 감정을 투영시킨 듯한 3D 감성 멜로’의 색다른 감흥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조각가 황준혁(이성재)과 미술평론가 장민우(김지훈)가 상영시간 내내 주고받는 대화의 뼈대에 3D 정사 장면들이 촘촘히 붙여졌다. 황준혁이 “처음에는 그녀도 나에게 작품의 영감을 줬다”며 어떤 여인에 대한 이야기를 장민우에게 들려주기 시작하면 그 여인과의 정사가 세세한 회상 신으로 스크린에 나타나는 식이다.
“역시 걸작이군요. 그녀의 영혼이 느껴져요. 마치…. 살아 숨 쉬는 것 같군요.”
이 대사를 주고받는 두 사람의 뒤에는 노골적인 포즈를 취한 여성의 나체 전신 조각상이 서 있다. ‘두 배우가 저 대화를 하면서 얼마나 민망했을까’ 궁금해진다. 영화도 스스로 그런 약점을 잘 알고 있는 듯 관객이 ‘또 정사냐’ 식상할 지경으로 뒤로 갈수록 오직 자극적인 체위를 질퍽하게 묘사하는 데만 열중한다.
한마디로 ‘나탈리’는 ‘젖소부인 바람났네’를 큰 스크린에서 3D로 보여주기 위해 만든 영화다. 여럿이 모여앉아 고글을 쓰고 에로비디오를 입체로 관람하자는 것. 과연 성공할까. 에로비디오의 ‘진맛’은 영화 자체보다 비디오테이프를 감싼 검은색 비닐 봉투의 ‘스릴’ 아니었던가.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영화 ‘나탈리’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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