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1996년 OECD의 29번째 회원국이 될 때는 OECD 가입이 선진국 진입의 첫 관문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 세계 경제를 총괄하는 지위가 갈수록 약화되는 것을 우려하던 OECD는 2007년 개발도상국을 회원으로 끌어들이는 타개책을 선택했다. OECD 회원국의 세계 경제 비중(구매력평가환율 기준)은 1990년대 60% 선을 유지했지만 2009년 처음으로 50% 아래로 밀렸다.
▷지금 세계 경제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를 빼고는 말할 수 없다. 네 나라는 브릭스라는 이름을 얻은 지 9년 만에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3%에서 16.4%로 급상승했다. 이들이 OECD 회의장에 들어오지 않고는 세계 경제의 규범을 정하고 협력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 무의미해졌다. 하지만 브릭스는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다. 권 전 실장은 “OECD의 각 위원회로부터 초청을 받은 중국은 정책 사례를 배울 수 있는 위원회에는 열심히 드나들고 의무와 부담이 따르는 위원회는 불참해 OECD를 고민에 빠뜨렸다”고 전했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