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수많은 사람들이 시험과 관련해 먹고살며 한 산업을 형성할 정도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인들의 심리에는 ‘족집게’에 대한 신화가 자리 잡고 있다. ‘수능 특선 1000문제’라든지 ‘서울대 가기 100일 작전’ 등 압축적인 요령이 분명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 사실 잘 정리된 문제집이나 참고서는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작년 이후 투자 시장에서도 이 족집게 투자가 열풍을 일으켰다. 이름 하여 ‘랩(Wrap)’ 투자다. ‘wrap’은 ‘둘러싸다’는 의미의 영어 단어이다. 한 계좌로 여러 개 상품을 골고루 갖추어 안전하게 분산 투자할 수 있게끔 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요즘은 이게 서너 개 종목에 집중 투자해 단기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 방법으로 변신했다. 여기에는 초기의 성공이 불을 댕겼다. 기존 자산운용사의 펀드 규모가 커지면서 ‘비만증’으로 운용이 부진해 고객의 실망감이 컸던 것도 랩으로의 이동을 도왔다.
돈이 많은 투자자가 일부 자금을 ‘고위험 고수익’ 원칙을 충분히 이해하면서 랩으로 운용한다면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또 사모펀드를 이용해 같은 방식으로 투자를 해도 좋은 효과를 노릴 수 있다. 그러나 정확한 메커니즘을 모르고 단순히 고수익 상품으로 인식하는 것은 후유증이 만만찮다. 투자 방식은 자유다. 다만 내용은 알아야 한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