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기에 나가는 게 맞나 싶어요. 예전에는 귀찮을 정도로 많은 분이 찾아왔는데…. 이젠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어요.”
11월 12일 개막하는 중국 광저우 아시아경기가 20일도 채 남지 않은 26일 서울 태릉선수촌. 막바지 훈련에 매달리고 있는 한 구기종목 감독은 이런 푸념을 털어놓았다. 코치와 감독으로, 대표팀 지도자로 10년 넘게 일하면서 이번 대회처럼 주위의 열기가 없기는 처음이라는 것이다.
평소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받더라도 4년마다 한 번 찾아오는 아시아경기나 올림픽을 앞두고는 격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에는 이마저도 좀처럼 찾기 힘들다.
아시아경기 한국 선수단 이기흥 단장은 “정부 당국과 기업체의 각별한 관심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대기업들은 불황의 여파에 다음 달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 전념하느라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는 게 그의 얘기.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도 대표팀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상반기에 밴쿠버 겨울올림픽과 남아공 월드컵 같은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가 쏟아지다 보니 연말에 열리는 아시아경기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아시아경기 출전 한국 선수단은 역대 최다인 1013명에 이른다. 금메달 65개 이상을 따내 종합 2위를 차지하는 게 목표다. 김인건 태릉선수촌장은 “예전처럼 국무회의에서 대표팀에 대한 지원을 논의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선수 사기를 위해서 뭔가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갑자기 뚝 떨어진 수은주 속에서 선수단의 마음은 더욱 썰렁할 것 같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