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허점투성이’ 보험업법이 아니라면 태광산업은 쌍용화재를 인수하기조차 힘들었습니다. 태광산업의 최대주주인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은 2006년 태광산업이 쌍용화재를 인수할 당시 5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다른 금융권에서는 인수 법인이나 인수하는 기업의 최대주주가 금융 관련법을 위반해 처벌을 받으면 5년 내에 금융회사를 인수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보험업법은 타 금융권과 달리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인수주체인 법인(태광산업)에만 한정하고 있어 최대주주인 이 회장의 벌금형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보험업법은 대주주 및 계열사에 대한 신용공여는 일정 비율로 엄격히 관리하고 있지만 자산 거래에서는 제한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또 대주주 및 계열사에 10억 원 이상의 자금을 빌려주거나 투자할 때 금융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으나 자산 거래에는 이런 규정이 없습니다. 이런 허점으로 흥국생명은 태광산업으로부터 4000여억 원의 빌딩을 매입하는 등 총자산 9조8000억 원의 7.3%에 이르는 7123억 원을 계열사에 쏟아 부을 수 있었습니다. 보험업법의 ‘구멍’이 흥국생명이 태광그룹 사금고로 전락하는 것을 도운 셈입니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말만으로 그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아무리 검찰의 수사가 강도 높게 진행된다고 해도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금융사들은 또 언제라도 부당거래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장윤정 경제부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