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경제 카페]대주주 전횡 못막은 ‘허점투성이 보험업법’

입력 | 2010-10-28 03:00:00


최근 태광그룹과 C&그룹의 검찰 수사에 은행 보험사 같은 금융회사의 부당한 거래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금융권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금융감독 당국과 금융회사가 부적절한 거래 의혹에 일차적 책임이 있겠지만 제도적 미비도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사실 ‘허점투성이’ 보험업법이 아니라면 태광산업은 쌍용화재를 인수하기조차 힘들었습니다. 태광산업의 최대주주인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은 2006년 태광산업이 쌍용화재를 인수할 당시 5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다른 금융권에서는 인수 법인이나 인수하는 기업의 최대주주가 금융 관련법을 위반해 처벌을 받으면 5년 내에 금융회사를 인수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보험업법은 타 금융권과 달리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인수주체인 법인(태광산업)에만 한정하고 있어 최대주주인 이 회장의 벌금형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보험업법은 대주주 및 계열사에 대한 신용공여는 일정 비율로 엄격히 관리하고 있지만 자산 거래에서는 제한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또 대주주 및 계열사에 10억 원 이상의 자금을 빌려주거나 투자할 때 금융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으나 자산 거래에는 이런 규정이 없습니다. 이런 허점으로 흥국생명은 태광산업으로부터 4000여억 원의 빌딩을 매입하는 등 총자산 9조8000억 원의 7.3%에 이르는 7123억 원을 계열사에 쏟아 부을 수 있었습니다. 보험업법의 ‘구멍’이 흥국생명이 태광그룹 사금고로 전락하는 것을 도운 셈입니다.

보험업법만이 문제는 아닙니다. 신한금융지주 라응찬 회장의 ‘차명계좌’ 관리 논란, 태광그룹 비자금 의혹의 중심에는 차명계좌에 대한 느슨한 규정과 처벌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금융당국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칼을 빼드는 모양새입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보험업법에 문제가 있다”고 국정감사에서 밝혔고 권혁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차명계좌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나섰습니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말만으로 그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아무리 검찰의 수사가 강도 높게 진행된다고 해도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금융사들은 또 언제라도 부당거래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장윤정 경제부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