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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의원들이 뽑은 베스트 국감의원]說 대신 ‘송곳물증’… 말 대신 정책자료집 2권…

입력 | 2010-10-28 03:00:00

본인 제외 여야 1명씩 추천




《 2010년 국회 국정감사의 수확이 예년에 비해 풍작은 아니었지만 각 상임위에서는 눈에 띄게 활동한 의원이 적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24일부터 27일까지 여야 의원 전수조사를 벌여 ‘베스트 국감의원’을 선정했다. 이번 조사는 각 의원이 소속 상임위에서 본인을 제외하고 가장 탁월한 국감활동을 벌인 의원을 여당과 야당 각 1명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여야 각 1명을 추천받은 것은 의원들이 자기 당 소속 의원에게 기울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서였다. 여야를 통틀어 추천을 많이 받은 순서대로 ‘상임위별 베스트 국감의원’을 선정했다. 단, 조사방법론상 모든 상임위에서 야당 의원이 소수이므로 여당 의원보다 추천을 받을 확률이 높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조사 대상 의원은 재적 의원 298명 중 상임위 활동을 하지 않는 박희태 국회의장과 장관을 겸직하고 있는 이재오(특임) 최경환(지식경제부) 유정복(농림수산식품부) 진수희(보건복지부) 의원, 현재 구속 수감 중인 민주당 강성종 의원을 제외한 292명이었다. 이 중 218명(74.7%)이 조사에 응했다.

동아일보는 이와 병행해 국감에 임한 정부 각 부처 및 기관의 간부직 공무원을 상대로 ‘피감기관이 꼽은 우수 및 꼴불견 의원’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
■ 법사위… ‘그랜저 검사’ 충실한 자료로 法-檢곤혹

국회 법제사법위의 주요 이슈는 △민간인 사찰 수사 △‘그랜저 검사’ 의혹 △감사원의 청와대 수시보고 논란 등이었다. 동료 의원들에게서 가장 뛰어난 활동을 벌였다는 평가를 받은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이런 이슈와 관련해 충실한 취재와 자료조사를 통해 검찰과 법원 등 피감기관을 곤혹스럽게 했다. 특히 박 의원은 21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원모 조사관의 수첩에서 ‘BH 지시사항’이라는 문구를 확인했다”며 메모 사본을 공개했다. 또 7일 서울고검 및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그랜저 검사’의 추가 금품 수수의혹도 제기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은 박 의원이 한두 가지 이슈만으로 반복적인 질의를 하는 등 지나친 정치공세를 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2위인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법조계에 대한 정책질의”로, 공동 3위인 한나라당 이두아,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논리성을 갖춘 차분한 질의”로 호평을 받았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 정무위…  ‘대형마트가 배추값 조장’ 공정위조사 계기

정무위 국감에선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현 공직복무관리관실)의 민간인 사찰 파문과 신한금융지주 라응찬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등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나라당 이진복 의원은 4일 총리실 국감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전신인 조사심의관실이 2004년 노무현 정부 당시 민간인의 차적을 조회한 사실을 밝혀냈다. 조사심의관실이 1645건의 공무원 및 민간인 차적을 조회해 공직자 감찰 범위를 벗어난 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또 이 의원은 5일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에서 배추값 폭등의 주범으로 ‘대형 마트’를 지목해 공정위가 조사에 나서도록 했다. 대형 마트들이 배추값이 오르기 3, 4개월 전 밭떼기로 배추를 매점매석해 소비자에게 비싸게 팔았다는 이 의원의 지적에 정호열 공정위원장은 “유통단계의 문제와 매점매석 여부를 조사해 국회에 보고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번 조사에서 2위를 한 민주당 이성남 의원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금융정책 질의를 많이 했고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은 전문적인 내용을 담은 정책자료집을 여러 권 내놓아 동료 의원들의 찬사를 받았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 재정위…  고용안정 정책 등 행정경험 살려 대안 제시

기획재정위는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 별로 없었다. 정치적 쟁점이 없는 만큼 오히려 다른 상임위에 비해 정책국감이 잘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정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한나라당 김성식, 민주당 이용섭 의원을 나란히 정책국감을 이끈 ‘대표 선수’로 꼽았다.

김 의원은 국감 기간에 맞춰 ‘고용안정을 위한 정책전환과 과제’, ‘재정위험 관리 및 세출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 등 2권의 정책자료집을 내놔 해당 부처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의원은 고환율정책, 수도권의 전셋값 문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 문제 등을 풍부한 데이터와 함께 조목조목 짚어내고 풍부한 행정 경험을 살려 대안까지 치밀하게 제시했다는 게 동료 의원들의 평가다.

김 의원은 “사회보장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을 위한 체계적인 안전망을 마련하는 데 국가예산이 쓰일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상임위 활동은 조세 정의를 세우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 외통위…  룸살롱 술값으로 쓴 방만예산 실태 폭로

외교통상통일위 국감의 주요 쟁점은 피감기관의 부적절한 예산 집행과 탈북자 지원 대책의 미비 등이었다. ‘베스트 국감의원’으로 선정된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은 4일 한국국제교류재단 국감에서 재단 산하 단체인 ‘한일신시대 공동연구’가 룸살롱 술값 등으로 쓴 4600만 원을 정부 지원금으로 지불한 사실을 질타했다. 또 재단의 다른 산하 단체인 ‘한중 공동연구 프로젝트’가 고가의 양주와 중국술을 사는 데 정부 지원금 2500만 원을 쓴 자료도 공개했다. 이에 재단 김병국 이사장조차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또 구 의원은 21일 통일부 국감에서 “올 3월 개정된 탈북자 지원 관련 법에 따라 9월 27일부터 탈북자에 대한 자금 대여 등 생업 지원과 탈북자 실태 파악이 이뤄져야 하지만 실제 추진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은 해외를 떠도는 위장망명 탈북자의 실태를 공개했고,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외교부 고위직 인사 자녀의 특채 의혹을 주도적으로 제기해 주목을 받았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 국방위… ‘무기 결함-군기빠진 軍’ 매섭게 질타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은 비행안전구역 제한고도를 초과해 군 항공기의 안전문제가 대두된 포스코의 경북 포항 신제강공장 증축 문제를 집요하게 추궁했다. 그는 여당 의원답지 않게 정부를 매섭게 질책해 눈길을 끌었다. 또 최근 잇따라 발생한 K계열(국내개발) 무기 결함과 관련해 ‘국내개발 지상주의’를 지적했다.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7월 실시된 한미 연합훈련과 서해합동훈련 당시 우리 군 장성 3명 중 1명이 휴가 중이었음을 밝혀냈다. 한나라당 김장수 의원은 군이 천안함 사건 발생 후 1주일간이나 야간열상감시장비(TOD) 기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한편 민주당 신학용 의원은 국감 첫날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날 군이 북한 잠수정과 모선이 전날 항구에서 사라졌다는 걸 알았지만 이를 무시했다’는 사실을 공개해 주목받았지만 본보 조사에서 베스트 의원에 뽑히지는 않았다. 의원들이 베스트 의원 추천 시 ‘정책 질의’에 무게를 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행안위… 지방재정 건전성-훈·포장 공정성 문제제기

행정안전위에서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은 여당 간사로 여야 간 이견 조정 등 국감을 진행하는 역할을 하면서 정책 질의도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의원은 “금융위기로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방채를 과다하게 발행해 금융위기 극복에는 도움이 됐지만 지방재정 건전성에는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하고 “지방재정 부실을 막기 위해 지방소비세 도입을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국감 초기 야당이 조현오 경찰청장의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을 다시 문제 삼고 관계없는 사안까지 4대강 사업과 연결하려는 것을 설득해 정책 국감이 되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유정현 의원은 10조 원이 넘는 지방세 체납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가뜩이나 나쁜 지방재정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성실하게 세금을 내는 납세자에게도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또 정부의 각종 훈·포장을 공무원들이 독식하는 문제와 경찰관들의 연월차 휴가 휴직 사용이 직급별로 공정하지 않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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