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술에 취하셔서 제 택시 타셨다가 이 휴대전화를 놓고 내리셨네요. 찾아드렸으니 사례는 해 주셔야죠.” 술에 취해 택시 안에 물건을 두고 내린 손님들은 택시운전사 홍모 씨(33)의 사례금 요구가 당혹스러웠지만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줬다는 생각에 별다른 의심 없이 사례금을 줬다. 하지만 이 손님들은 사실 물건을 택시에 놓고 내린 것이 아니라 홍 씨에게 ‘절도’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늦은 밤이나 새벽에 만취한 손님을 골라 태운 뒤 노트북이나 휴대전화 등 고가의 물건을 훔쳤다가 다음 날 주인에게 연락해 돌려주고 5만∼30만 원의 사례금을 받아내는 수법으로 2008년 12월부터 최근까지 약 100차례에 걸쳐 총 15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홍 씨를 검거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홍 씨는 2007년과 2008년에도 한 번씩 비슷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훔친 물건이 아니다”라고 주장해 처벌을 피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홍 씨는 경찰이 입수한 첩보와 피해자 50여 명의 진술을 토대로 확보한 증거 앞에서 더는 거짓말을 하지 못했다. 경찰은 홍 씨의 통화기록과 계좌 입출금 명세 등을 추적하는 등 여죄에 대해서도 수사할 예정이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