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인기없는 근대5종을 왜? 완벽한 인간을 향한 도전이죠”
《비인기 종목의 설움은 잊은 지 오래다. 금맥을 캐는 효자 종목도 아니다. 하지만 아시아경기를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아도 좋다. 나는 대한민국 최고를 뜻하는 ‘국가대표’니까. 다음 달 12일 광저우 아시아경기 개막을 앞두고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선수들을 만나본다.》
“근대5종의 종목을 모두 알고 있나요?”
국민 대다수의 대답은 “모른다”일 것이다. 5개 종목을 한꺼번에 해야 한다는 것을 짐작할 뿐. 하지만 근대5종이 단순히 5종목을 합쳐 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마라톤에 버금가는 하루 7500Cal를 소모하는 체력전인 동시에 신체의 완벽한 조화 없인 성과를 내기 힘든 스포츠다. 유심히 보면 박진감이 넘쳐 재미까지 있다.
“우리는 만능 스포츠맨” 근대5종 국가대표 이춘헌(왼쪽)과 정훤호. 이춘헌은 펜싱이 특기이고 정훤호는 사격 육상 복합의 강자다. 만능 스포츠맨인 이들은 광저우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노린다. 성남=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광저우 아시아경기를 앞둔 28일 성남 국군체육부대 훈련장에서 만난 근대5종 국가대표 정훤호(22·서원대)와 이춘헌(30·한국토지주택공사)의 이야기도 한결같았다. “비인기 종목인데 왜 하냐고요? 금메달 때문만은 아닙니다. 완벽한 인간에 도전하고 싶어서이지요.”
○ 신구(新舊) 에이스
정훤호는 한국 근대5종의 떠오르는 샛별이다. 수영 선수였던 초등학교 5학년 때 마라톤 5km에 나가 우승한 것을 목격한 관계자들의 손에 이끌려 근대5종과 인연을 맺었다. 2006년 주니어 세계선수권 동메달을 따며 주목받았고 2009년 육상, 사격 복합경기 세계신기록도 갈아 치우는 등 사상 최초의 올림픽 메달 기대주다.
이춘헌은 2003년부터 대표팀을 이끈 터줏대감이다. 2009년 부친상과 무릎 수술로 슬럼프를 겪었지만 천신만고 끝에 대표팀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이춘헌은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때 보조 선수였고 전성기인 2006년 도하 경기 땐 정식 종목이 아니라 아시아 챔피언의 꿈을 접었다. 3주 전 태어난 딸 유주를 위해서라도 이번만은 꼭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 형형색색 근대5종의 매력
복합경기에선 펜싱, 수영, 승마 3종목의 상위 선수가 포인트에 따라 순차적으로 육상 트랙을 출발한다. 하지만 1000m마다 5발의 사격을 명중시켜야 한다. 이 때문에 사격에서의 실수로 운명이 뒤바뀐 선수가 속출한다. 이춘헌도 최종 국가대표 선발전 복합경기 전까지 8위였지만 복합경기에서 순위를 뒤집었다.
○ 광저우 금 노린다
근대5종은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남자 개인과 단체에서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정훤호는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이규혁 선배를 부담 없이 따라가던 모태범이 일을 냈는데 저도 춘헌이 형 따라간다는 생각으로 하다 보면 금메달을 딸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목표를 밝혔다.
강경효 국가대표 감독은 “체력적으로 하향세인 춘헌이는 훤호에게 자극을 받고 훤호는 춘헌이에게 경기 운영 능력과 노하우를 배우고 있다. 광저우 아시아경기에 걸려 있는 남녀 개인 단체 4종목 중 금메달 2개에 도전하겠다. 복합경기 전환 후 세계와의 격차가 많이 준만큼 2012년 런던 올림픽 메달 현장에 서는 것도 꿈이다”라고 말했다.
기사를 끝까지 읽은 독자라면 근대5종의 5개 종목을 외워보길 바란다. 성공한 사람이 많아질수록 한국 근대5종의 미래는 밝아진다.
정답은 아래에.
성남=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정답: 수영→펜싱→승마→육상→사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