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의 사투, 류샤오보 못지않다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중국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도 솔제니친과 비슷한 이유로 관심을 끌었다. 나라만 옛 소련과 중국으로 다를 뿐 민주화와 인권 개선을 유도한다는 노벨위원회의 목적은 동일하다. 노벨위원회 위원인 예이르 루네스타는 옥스퍼드대 강연에서 “노벨위원회 위원들 사이에 중국의 반체제 인사 탄압 문제를 이슈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었다”면서 “류샤오보는 중국의 인권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인물이자 전 세계 인권의 상징이 됐다”고 강조했다.
서방세계의 외교공세도 만만치 않다. 지난주 베이징을 방문한 미국 법무장관과 캐나다 외교장관은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하면서 류샤오보 문제를 정식으로 거론했다. 다음 달 11, 12일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도 노벨 평화상의 파장을 키울 것이다. 지미 카터 등 역대 노벨 평화상 수상자 15명은 “G20 정상들이 류샤오보가 석방될 수 있도록 중국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며 공개서한을 통해 촉구했다. 류샤오보의 형과 동생도 G20 정상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노벨위원회에 제안하고 싶다. 아니 호소한다. 중국의 터부를 건드린 김에 시야를 더 넓혀 탈북자들에게 관심을 옮겨 달라.
탈북자들의 투쟁은 류샤오보의 싸움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조만간 국내 입국 탈북자가 2만 명을 돌파할 것이다. 9월 말 현재 1만9717명이 입국했고 한 달 평균 200명 정도씩 늘기 때문에 다음 달 둘째 주가 되면 2만 명을 넘지 않겠는가. 중국 대륙을 떠도는 탈북자는 집계조차 되지 않는다. 북한주민의 탈북은 이미 국제 이슈가 됐다. 한국과 중국을 제외하고 미국 영국 등 23개국에 정착한 탈북자가 2000명을 넘어섰다. 국제사회는 목숨을 걸고 탈출한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북한의 만성적 기아와 인권탄압 실상을 생생히 알게 됐다. 유엔도 개입해 해마다 북한의 인권개선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결의안을 채택하고 있다.
노벨위원회 ‘내년의 결단’을 기대한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