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호아시아나 15개월만에 다시 박삼구 회장 체제로
재계에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의 경영 복귀는 시점이 문제였을 뿐 사실상 기정사실화돼 왔다. 그동안 박 명예회장은 꾸준히 그룹 현안을 직접 챙겨 왔다. 특히 5월 모친인 이순정 여사가 작고한 뒤로는 매일 사무실에 나왔고, 최근 그룹 인사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아시아나도 박 명예회장의 복귀 수순을 밟기 위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의견을 조율해 왔다. 산업은행도 워크아웃 등으로 위기에 몰린 계열사를 정리하고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박 명예회장의 복귀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7월 30일 전문경영인 출신으로 그룹을 이끌던 박찬법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사퇴한 것은 박 명예회장의 복귀가 임박한 직접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박 명예회장은 임직원들에게 경영복귀 의지를 담은 e메일을 보냈다. 그는 e메일에서 “좀 더 먼 미래를 바라보고 조직의 DNA 중 그룹의 미래 전략과 관계없는 부분은 정리하고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새로운 모습으로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앞장서서 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앞서 3월 경영에 복귀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석유화학 분야의 분리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찬구 회장은 최근 회장 직속 컨트롤 타워를 강화하고 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박 명예회장의 복귀에 대비해 박 회장이 석유화학 계열사를 완전히 분리하기 위한 수순을 밟는 것으로 풀이해 왔다. 이렇게 되면 ‘형제의 난’ 이전에 재계 서열 8위까지 올랐던 금호그룹은 산업 부문별로 나뉠 것으로 보인다.
박 명예회장과 박 회장은 지난해 7월 대우건설 매각 등 그룹 현안과 경영권을 둘러싸고 대립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금호아시아나의 주요 계열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형제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그런데 지난 추석 연휴에 광주, 전남 지역 경제인들을 대상으로 두 형제가 함께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인사를 전해 갈등관계가 많이 회복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금호아시아나 그룹 계열사의 일부 노조와 소액 주주 등은 박 명예회장의 복귀에 대해 금호타이어를 워크아웃까지 가게 하는 등 경영 실패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반대해 왔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