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70%나 줄었어요… 배고파 산 내려갈까봐요”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나무 위에 걸터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지리산 내 반달곰의 가을철 주요 식량인 도토리가 크게 줄면서 반달곰이 먹이를 찾아 인근 마을로 내려올 우려가 커진 상태다. 사진 제공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공원관리공단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29일 “반달곰이 내려오는 것을 막기 위해 지리산에 접한 전북 남원시, 전남 구례군, 경남 함양·산청·하동군 지역에 위치한 마을 둘레 전체에 전기펜스를 설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센터는 반달곰 귀와 목에 달린 무선추적전파발신기를 통해 매일매일 반달곰 활동반경을 분석하고 있다.
비상경계령이 내려진 이유는 예년에 비해 반달곰 먹이인 도토리 결실량이 30%에 불과하기 때문. 현재 지리산에는 자연에서 태어난 새끼 곰 두 마리와 10월에 방사한 한 마리 등 총 17마리의 반달곰이 살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김원명 연구원은 “반달곰은 주로 수평으로 이동하지만 손쉽게 많은 먹이를 먹을 수 있는 논과 밭이 주변에 있으면 특유의 ‘전략적 채집 습성’ 때문에 수직이동을 한다”고 말했다.

공원공단은 해외연구진의 자문과 추가 변수를 넣어 복원 가능 개체 수에 대한 재시뮬레이션을 시작했다. 공원공단 관계자는 “반달곰의 출산율이 떨어졌고 육식 위주인 불곰을 기반으로 한 기존복원 데이터를 활용하다 보니 채식 위주인 반달곰과는 여러 상황이 맞지 않았다”며 “시뮬레이션 결과를 토대로 반달곰 복원 사업을 2017년까지 50마리가 서식하는 쪽으로 수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