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물, 린썅화 그림 제공 포털아트
이른 아침 공원에 운동을 하러 가면 많은 노인이 모여 체조를 하고, 걷고, 달리고, 자전거를 타고, 기구운동을 합니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밤에 술집에 모여앉아 술을 마시는 노인 모임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술에 너무 취해 몸을 못 가누거나 서로 싸우는 장면을 목격할 때도 있습니다. 사회적 행동 양상을 놓고 말하자면 나이 든 사람과 젊은 사람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도 노인에게는 ‘노인문제’라는 말이 따라다닙니다.
사회의 고령화 추세를 놓고 노인을 ‘문제’로 받아들이는 많은 의견 제시가 있었습니다. 복지 프로그램 개발부터 노인 일자리 문제에 이르기까지 그럴듯한 의견이 제시되는 걸 숱하게 들었지만 왠지 그런 의견 개진은 실질적인 노인 복지와 괴리된 것 같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특히 노인 스스로 자기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노인을 모두 보살핌을 받아야 할 문제의 대상으로 판단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더했습니다. 노인을 섬김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사회 풍토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노인을 타자로 대하는 안목 자체가 당사자들을 더욱 슬프게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나이가 들면 책을 읽지 않는 게 아니라 책을 읽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노인을 대상으로 한 독서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얘기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습니다. 나이 든 사람에게 책보다 더 좋은 위안이 없고, 책에서 얻는 자양분만큼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는 보약이 없습니다. 책만큼 주체적 삶의 의지를 북돋워주는 것도 달리 없습니다. 요컨대 노인일수록 책을 더 읽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지속적으로 독서하는 사람은 알겠지만 책은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을 전해주는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책에서 기인하는 게 아니라 인생 경험을 통한 우리 정신의 스펙트럼이 매 순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열심히 책을 읽어야 합니다. 풍부한 인생경험에 독서까지 겸비한다면 어느 누가 노인을 문제의 대상으로 생각하겠습니까.
박상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