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만족시켜 전면전 피했지만 日-캐나다 “시장개입 가능” 국지전
경주 성명서(코뮈니케) 내용을 분석해 국가들끼리 서로 뭉치거나 거리를 두는 ‘짝짓기’도 한창 벌어지고 있다.
○ 전면전서 국지전으로 변한 환율전쟁
마크 카니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도 26일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환율이 경제에 심각한 위험으로 작용한다면 외환시장에서 (개입성) 거래를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캐나다달러 가치는 지난해 달러당 평균 1.140캐나다달러에서 29일 1.019캐나다달러로 10.6% 올랐다. G20 회원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최근 시장 개입이 아니라 외환보유액 증액을 통해 자국 통화 강세를 막겠다는 의지를 표시했다.
미국은 다음 달 2, 3일 열리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차 양적완화를 결정해 달러 가치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은 “시장에선 미국의 양적완화 규모가 5000억∼1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다”며 “하지만 G20 재무장관 합의로 소규모 국채 매입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다른 국가가 자국 통화의 절상 위협을 덜 느끼게끔 만들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자국 통화 평가절하 움직임은 G20 비회원국에서도 감지된다. 싱가포르 중앙은행인 싱가포르통화청은 27일 “해외 자금 유입으로 아시아 국가들이 위험에 직면했다”며 싱가포르달러가 강세를 보일 때 시장에 개입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 제티 아크타르 아지즈 말레이시아 중앙은행 총재도 26일 “링깃화가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면 시장에 개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합의 사항에 대한 구속력은 없지만 합의를 지키지 않으면 그 나라의 신뢰도가 추락하기 때문에 각국이 최선을 다해 약속을 지키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국가 간 ‘짝짓기’도 한창
환율전쟁의 양축이었던 미국과 중국은 경주선언 이후 오랜만에 공감대를 찾았다. 민감한 환율에서 한발 벗어나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경상수지 목표제에 양국 모두 동의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26일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의 통화정책위원인 리다오쿠이(李稻葵) 칭화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지난주 경주 회의에서 명목 환율의 ‘표면적인 이슈’에 관한 논의를 ‘세계무역 균형 재편의 실체에 관한 협의’로 이행시키는 좋은 진전이 있었다”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이 웃음을 짓는 반면 인도는 불만족스러운 표정이다. 프라나브 무케르지 인도 재무장관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회견에서 “G20이 경상수지 목표 수치로 각국을 구속해서는 안 되며 각국의 고유한 해결책에 기반을 둔 해법을 채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 서명은 시작일 뿐이고 양국의 협력이 앞으로 공고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서로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두 국가는 ‘전략적 글로벌 파트너십’도 10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앞으로 20기 이상의 원자력발전소를 짓기를 원하는 인도는 미국, 프랑스, 러시아 등에 이어 일본과도 원자력 협정을 체결하는 데 관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