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김현지 기자, 인도네시아 화산폭발 현장을 가다
화산으로부터 약 6km 떨어진 임시대피소에 있는 사람 중 일부는 아침마다 재가 뿌옇게 덮인 산을 올라간다. 미처 대피시키지 못한 가축들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서다.
기르던 소 중 절반은 이미 죽었고, 살아있는 소도 데리고 내려오지 못했다는 엥아티조 하치 프라세토 씨(43)는 “오늘도 아침에 먹이를 주러 올라갔다 왔다. 위험한 줄은 알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소 한 마리에 900만 루피아(약 90만 원)인데 정부 보조금은 200만 루피아 정도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농사꾼인 이들에게 가축은 ‘모든 것’을 의미한다. 군인과 경찰이 많지만 목숨을 걸고 산에 올라가는 이들을 차마 막지 못하고 있다. 그들의 속 사정을 잘 알기 때문이다.
▼ 임시대피소 꽉차… 식수난-악취에 고통 ▼
2006년 폭발 때는 최고 경계경보가 전달된 지 수일이 지난 후 용암 분출이 시작됐는데, 이번에는 25일 최고 경계경보가 전달된 지 단 하루 후에 폭발했다는 것이다.
산에서 가축을 끌고 내려온다 한들 대피시킬 장소도 마땅치 않다. 정부가 마련한 임시대피소는 이미 너무 많은 이재민들로 넘치고 있다. 조금만 움직여도 등에서 땀이 줄줄 흐르는 덥고 습한 날씨에 사람들은 서로 팔다리가 닿을 정도로 좁게 끼어 앉아야 한다.
화산으로부터 6km 정도 떨어진 창크링안 지역 임시 대피 지역 내 건물들도 이미 사람들이 가득 찬 상태. 많은 사람이 햇빛만 겨우 가린 천막 안에 돗자리를 깔아 자리를 만들어 지내고 있다. 그마저 이 같은 자리조차 차지하지 못한 사람들은 발코니에 나와 앉아 있었다. 자원봉사를 하러 온 카로루스 위조요 아디누그로노 씨(31)는 “사람이 너무 많아 밤에 잠을 자기 힘들다”며 “특히 임신한 여성들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화산 활동이 언제 가라앉을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임시피난처에 몰려 있는 사람들은 밤마다 달려드는 모기떼와 쉴 새 없이 흙길을 달리는 오토바이, 자동차들이 내뿜는 매연을 마시며 하염없이 화산이 수그러지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한편 25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연안에서 발생한 지진해일(쓰나미) 사망자 수가 29일 400명을 넘어섰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9일 현재 408명이 지진해일로 인해 숨졌으며 303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진 발생 이튿날인 26일 자바 섬에서 일어난 화산 폭발로 지금까지 35명이 숨져 연이어 인도네시아를 강타한 두 가지 재난으로 인해 모두 443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국제사회는 악몽을 겪고 있는 인도네시아를 돕기 위한 지원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호주 정부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100만 달러 상당의 물품 지원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150만 유로를 지원하기로 했고 미국과 여러 아시아 국가들도 지원을 약속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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