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퓨처/잭 린치 지음·김유미 옮김/368쪽·1만5000원/해나무
경찰에 저격당해 사망한 위트먼을 부검한 결과 그의 뇌에서 악성종양이 ‘편도’라는 부위를 누르고 있었다. 이 부위는 정서를 처리하는 곳이다. 사건 전에 그는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증세를 보였고, 그를 진단한 의사는 바륨 처방을 해줬다.
이 책의 저자는 “오늘날 정신과 의사가 위트먼과 같은 정신상태를 지닌 환자를 상담한다면 그 의사는 바로 뇌스캔을 지시할 것이다. 자기공명영상(MRI)촬영으로 악성종양을 확인할 것이며 가능한 한 빨리 수술할 것”이라고 말한다. 뇌과학이 오늘날처럼만 발달했더라도 그런 끔찍한 사건은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첨단 기기의 등장과 함께 뇌 속에서 벌어지는 작용을 시각적으로 파악하는 기술이 발달하고 있다. 뇌영상 실험을 재판에 활용하고 마케팅을 위한 기초 자료로 사용하는 등 신경기술의 발달은 이미 우리의 일상을 크게 바꾸고 있다. 사진 제공 해나무
신경기술은 경제 현장에도 접목되고 있다. 한 뇌스캔 실험에서 피험자의 뇌는 상품 사진을 보거나 가격을 알거나 결정을 내릴 때 각각 다른 부위에서 활성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런 연구를 통해 상품의 구매 여부를 예상할 수 있다는 게 이 실험이 보여준 결과였다. 저자는 “기업들은 뇌영상 덕분에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고 말했다.
저자는 신경기술을 더 발전시키면 신뢰와 공감을 일으키는 옥시토신 호르몬을 사용해 좀 더 인간적인 가정, 학교, 환경을 의도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그는 “더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하자면 위성을 통한 뇌파 감지 시스템을 통해 전쟁 시 적군의 적의를 파악하고, 약물을 통해 전투력이 증강된 군인들을 키우는 방법 등도 현재 연구하고 있다”고 전한다.
신경기술산업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시장조사 업체 뉴로인사이츠의 공동 설립자인 저자는 신경기술의 발달과 함께 ‘신경혁명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견한다. 농업혁명, 산업혁명, 정보화혁명 등 인류 역사에 있었던 세 번의 혁명이 급격한 변화를 불러온 것처럼 신경혁명도 우리의 일상을 크게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