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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북 카페]美라이스 前국무 회고록 출간

입력 | 2010-10-30 03:00:00

인종차별 극심했던 남부 앨라배마서… 딸을 세계적 인물로 키운 부모 이야기




미국 첫 흑인 여성 국무장관, 스탠퍼드대 첫 흑인 부총장, 첫 여성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유력한 1호 여성 미국 대통령 후보자 중 한 명….

이런 화려한 수식어가 붙는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의 자서전이 출간됐다. 전직 대통령이나 장관, 정치인들의 자서전이 흔히 그런 것처럼 숨은 비화를 폭로한 책은 아니다. 책은 라이스 전 장관 자신의 삶 이야기를 담았다. 더 엄밀히 말하자면 라이스 전 장관의 이야기라기보다는 그를 키운 부모에 대한 이야기다. 자서전이라기보다는 가족에 대한 회고록인 셈이다. 책의 제목 ‘비범한, 평범한 사람들(Extraor-dinary, Ordinary People)’에도 ‘가족에 대한 회고록(A Memoir of Family)’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라이스는 1954년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미국 남부 앨라배마 주 버밍햄에서 교육자인 흑인 부부의 중산층 가정의 외동딸로 태어났다. 아버지 존 웨슬리 라이스는 장로교회 목사이자 대학교수였고 어머니 앤젤리나 라이스는 음악 교사였다.

버밍햄은 미 남부에서도 인종차별이 가장 심한 지역에 속했다. 라이스는 25세가 될 때까지 수영을 배워본 적이 없었다. 수영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버밍햄 시가 백인들만 이용하던 공립수영장을 흑인에게 개방하지 않기 위해 아예 수영장을 폐쇄하는 바람에 수영을 배울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1963년에는 그가 사는 마을에서 KKK단의 공격으로 폭탄 2개가 터지면서 또래 아이 4명이 숨지는 사건도 있었다.

라이스의 부모는 이런 분위기에서도 그가 인종차별의 벽으로부터 최대한 동떨어져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려 노력했다. 백인들에게는 멸시받고 같은 흑인들로부터는 ‘백인처럼 살려 한다’는 질시를 받으면서도 다방면에서 딸의 비범한 자질을 키워주려 했다. 라이스는 10대 시절 오전 4시 반에 일어나 스케이트 연습을 하고 학교를 다녀온 뒤에 피아노 레슨을 받고 다시 스케이트 연습을 한 뒤 밤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당시 흑인 소녀들이 상상할 수 없는 스케줄이었다. 그 덕분에 라이스는 어려서부터 훌륭한 피아니스트였고 지금도 뛰어난 피아노 연주 실력을 간직하고 있다.

라이스는 이 책에서 “부모님은 ‘비범한,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신과 가족과 나라를 사랑하는 중산층이었다.… 훌륭한 부모를 가진 것은 축복이었다. 남들과 다른 행복한 삶을 살 기회를 내게 주셨다”고 썼다. 이어 부모는 ‘버밍햄에서 태어난 어린 흑인 소녀가 백인 전용 식당에서 햄버거를 사먹을 수는 없지만, 나중에 미국의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는 믿음을 갖도록 교육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매일 밤 ‘주여, 당신이 내게 주신 나의 부모님에 대해 아무리 감사를 해도 충분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기도한다”고 말했다.

저자가 누구인지를 넘어 역경 속에서 딸을 훌륭히 키운 부모에 대한 얘기는 수많은 독자를 감동시켰다. 한 독자는 온라인서점 아마존에 올린 후기에서 “라이스는 내가 나의 부모와 가족에 대해 하고 싶은 얘기를 감동적인 스토리로 풀어나가고 있다. 현대 사회가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핵심 요인은 부모의 가정교육, 조건 없는 사랑이라는 점을 다시 깨달았다”고 적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