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극심했던 남부 앨라배마서… 딸을 세계적 인물로 키운 부모 이야기
이런 화려한 수식어가 붙는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의 자서전이 출간됐다. 전직 대통령이나 장관, 정치인들의 자서전이 흔히 그런 것처럼 숨은 비화를 폭로한 책은 아니다. 책은 라이스 전 장관 자신의 삶 이야기를 담았다. 더 엄밀히 말하자면 라이스 전 장관의 이야기라기보다는 그를 키운 부모에 대한 이야기다. 자서전이라기보다는 가족에 대한 회고록인 셈이다. 책의 제목 ‘비범한, 평범한 사람들(Extraor-dinary, Ordinary People)’에도 ‘가족에 대한 회고록(A Memoir of Family)’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라이스는 1954년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미국 남부 앨라배마 주 버밍햄에서 교육자인 흑인 부부의 중산층 가정의 외동딸로 태어났다. 아버지 존 웨슬리 라이스는 장로교회 목사이자 대학교수였고 어머니 앤젤리나 라이스는 음악 교사였다.
라이스는 이 책에서 “부모님은 ‘비범한,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신과 가족과 나라를 사랑하는 중산층이었다.… 훌륭한 부모를 가진 것은 축복이었다. 남들과 다른 행복한 삶을 살 기회를 내게 주셨다”고 썼다. 이어 부모는 ‘버밍햄에서 태어난 어린 흑인 소녀가 백인 전용 식당에서 햄버거를 사먹을 수는 없지만, 나중에 미국의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는 믿음을 갖도록 교육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매일 밤 ‘주여, 당신이 내게 주신 나의 부모님에 대해 아무리 감사를 해도 충분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기도한다”고 말했다.
저자가 누구인지를 넘어 역경 속에서 딸을 훌륭히 키운 부모에 대한 얘기는 수많은 독자를 감동시켰다. 한 독자는 온라인서점 아마존에 올린 후기에서 “라이스는 내가 나의 부모와 가족에 대해 하고 싶은 얘기를 감동적인 스토리로 풀어나가고 있다. 현대 사회가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핵심 요인은 부모의 가정교육, 조건 없는 사랑이라는 점을 다시 깨달았다”고 적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