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미국 중간선거의 야당(공화당) 승리를 예상한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기사의 한 토막이다. 선거든 싸움이든, 승부에서 이긴 남자들은 테스토스테론이란 남성호르몬이 치솟기 때문에 인터넷 포르노 사이트부터 접속한다는 과학적 연구결과가 나왔다는 거다.
한국에선 정권교체 여론 62%
선거는 시작도 안 했지만 세계는 민주당 패배를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는 패배를 앞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심경을 묻는 인터뷰를 지난달 일찌감치 실었다. 중간선거라는 게 여당 견제심리에 따라 집권당이 패하게 돼 있고, 경제가 나쁘면 더한 법이라고 보면 간단하긴 하다. 유럽에서 우파가 득세했듯이 ‘작은 정부’를 좋아하는 미국인의 보수 성향이 돌아왔다고 볼 수도 있다.
이념을 떠나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를 물려받았던 현실만 놓고 본다면 오바마는 억울할지 모른다. 친(親)시장 잡지인 이코노미스트조차 “경기부양책과 구제금융 등 오바마 경제정책은 명백한 성공”이라고 평했다. 당장 일자리가 늘지 않아 문제지, 공황은 막았다는 점에서다.
오바마 자신은 “정책에 신경 쓰느라 정치엔 소홀했다”고 분석했다. 우리도 6·2지방선거에서 패한 한나라당과 대통령한테서 비슷한 소리를 들은 바 있다. 일은 잘했는데 소통을 잘못했다는 말은 세상의 모든 실패한 정치인이 하는 소리다. ‘한나라당이 재집권했으면 좋겠느냐’는 한국정책과학연구원 조사에서 ‘바뀌는 게 좋다’가 61.6%나 됐다. 50%에 가까운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허상일 수 있다. 오바마도 지지도가 그 정도는 됐고 코미디채널에 출연할 만큼 소통에도 애썼다.
경제가 불같이 일어나 내 일자리가 생기고 내 봉급이 오르며 내 재산도 늘지 않는 한, 정부가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게 쉬울 리 없다. 반면 안 되게 하는 일은 쉽다. 사람에겐 상황이 나쁘면 출구를 찾는 ‘액션 바이어스’가 있어 변화를 외치는 야당 후보를 찍을 공산이 크다. “나쁠수록 좋다”는 레닌의 명언은 당 이념과 상관없이 유효하다. 오바마의 패배가 역설적으로 말해주는 야당의 대선 필승법칙이 여기 숨어 있다. 나라가 잘되는 건 어떻게든 막는 것이다!
4대강 실패에 민주당 목숨 거나
행동수칙 첫째는 발목잡기와 뒤집기다. 한국 제1야당 민주당이 집권 때 미국과 체결했던 자유무역협정(FTA)에 사실상 반대하는 것도 이 ‘악마의 법칙’에 대입해 보면 이해된다. 미국 시장이 활짝 열려 우리 경제가 탄력을 받을까 두려운 것이다. 미 공화당도 집권 시절 입안한 경기부양책을 대통령이 바뀌자 하원 전체가, 상원에선 세 명 빼고 몽땅 반대했다.
둘째 수칙은 거짓말과 왜곡이다. 역시 친시장 신문인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가 “공화당은 환자를 그냥 뒀으면 지금쯤 회복됐을 거라고 대중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고 했을 정도다. 오바마가 중산층에 대해선 이미 감세를 했는데도 미국인들은 구제금융으로 기업과 금융만 잘살게 됐다고 믿는 게 한 예다.
한국의 민주당이 하도 “부자 감세 반대”를 외치기에 나도 부자들이 엄청난 감세 혜택을 누리는 줄 알았다. 실제론 부자 감세를 한 적도 없다. 중소기업과 영세상인에 대한 감세는 2008년에 진작 했고, 연소득 8800만 원을 초과하는 사람만 소득세율을 올해부터 35%에서 33%로 내리려 했다가 글로벌 위기가 터지는 바람에 2012년까지 유예했는데 민주당은 교묘하게 국민을 속이는 형국이다.
1994년 다수당이 된 공화당 하원의장 뉴트 깅리치는 민주당 공격에 너무 나간 탓에 빌 클린턴 대통령의 재선에 거꾸로 이바지했다. 우리의 민주당도 너무 나가면 정권탈환이 더 멀어질 수 있지 않을까.
문제는 야당의 필승법칙에 진짜 나라가 잘못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최강대국이므로 이러나저러나 살 수 있다. 우리는 인구 감소가 시작되는 2020년까지 선진국이 못 되면 기회가 없다. 국민이 정신 바짝 차리는 건 그래서 중요하다.